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회의가 결렬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1일 1차 사후 조정 회의에 이어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새벽까지 회의를 진행했지만, 성과급 재원 기준과 명문화 여부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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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갈등을 풀기 위해 이틀에 걸쳐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사후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섰다. 노조는 13일 새벽 사후조정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가 일주일 내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라인이 멈추는 초유의 ‘반도체 파업’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 수출의 37.1%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성과급 갈등은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타고 벌어들인 막대한 흑자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과 대만 경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술 사이클”이라며 ‘AI 주도 슈퍼흑자’ 국면에 진입했다는 보고서까지 내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 원, 내년엔 4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성과급 분배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동 산유국들의 고유가 흑자와 맞먹는 수준의 반도체 슈퍼흑자는 ‘파이 나누기’ 갈등의 방아쇠를 당겼다. 하청업체는 물론이고 해외 현지 직원들까지 들썩이고 있다. 노조의 ‘영업이익 OO%’ 식 성과급 요구는 다른 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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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의 여파로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이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 낮은 43.7%로 떨어지는 등 반도체 시장 밖에서는 ‘고용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채 삼성전자의 억대 성과급 잔치를 멀리서 바라봐야 하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청년 취업난과 대기업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고액 성과급 논란은 노사만의 문제를 넘어섰다.
여기에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라며 삼성전자 파업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도체 파업 위기는 경쟁국에 반사 이익을 주고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국가 경제적 현안이 됐다.
반도체 성과급 갈등처럼 사회 내에서 분출하는 이익을 집약하고 공익에 부합하는 해법을 찾으려면 사회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가 개별 회사의 성과급 배분 기준에 일일이 관여해선 안 되지만, 노사정이 함께 반도체 슈퍼흑자 배분 대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는 있다. 여기에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청년 일자리를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파국으로 치닫는 반도체발 ‘승자의 저주’는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