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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당금, 사회주의식 발상…삼성·SK에 짐 더 얹을 궁리만”

입력 | 2026-05-12 15:47:00

김용범 ‘AI 시대 초과이윤 환원’ 주장에
이준석 “일 잘하는 당나귀 허리 부러뜨려”
박수영 “노조·국민 주고 투자 어떻게 하나”
송언석 “李 입장 밝히고 김용범 경질하라”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 2026.4.27/뉴스1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윤(초과 세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사회주의식”, “반기업 정책”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앞서 김 실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차원이 다른 나라: AI 시대 한국의 장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AI 시대에 한국 경제가 ‘순환형 수출경제’에서 ‘기술 독점 성격의 경제구조’로 이동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 과실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만큼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를 ‘국민배당금’으로 표현하며 청년 창업 지원,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 등을 활용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린다.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황에 이재명 정부가 기여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직 두 회사 임직원의 땀과 ‘5만 전자’ 소리를 들으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묵묵히 투자해 온 주주들이 어려운 시절을 인고해 온 세월이 있기에 오늘의 호황이 그분들의 보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 잘하는 당나귀 과적해서 허리를 부러뜨리거나 황금알 낳는 거위를 치킨 튀겨먹는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은 5년 단임제 정부가 보통 빠지는 유혹”이라며 “기업이 구성원에게 성과를 나누고, 주주에게 배당하고, 국가가 법률로 정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을 정부가 강제하려는 시도가 바로 반기업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 미국은 AI 호황 속에서 단 한 개의 기업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주(州)들이 앞다퉈 세금을 깎아주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삼성 당나귀와 하이닉스 당나귀 위에 어떻게 하면 짐을 더 얹을까 궁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건 정치가 아니다. 야인시대 우미관식 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나귀가 더 멀리 갈 수 있게 짐을 덜어주고, 거위가 더 많은 알을 낳도록 모이를 주자”며 “추가 세수가 생길 것 같으면 우미관식 마인드로 매표할 생각보다 국가재정법 제90조를 철저히 지켜 나라 빚 갚는데 쓰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주의로 가자는 청와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김 실장의 구상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 기득권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기업 초과 이익을 전 국민에게 사회주의식으로 나눠주자는 ‘기업 이익 배급제’를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에는 사이클이 있다. 지금은 초호황이지만 언제 꺼질지 알 수 없다”며 “전 세계가 초격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조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하고 있는데 영업이익을 노조에 주고 전 국민에 배급하면 기업은 무슨 돈으로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 벌어들인 만큼 법에서 정한 세금을 낸다”며 “정부가 할 일은 기업 이익을 뺏어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받아 올바르게 재정 운용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배당을 받으려면 주주가 되면 된다. 누구나 AI와 반도체 수혜 기업의 주식을 살 수 있다”며 “왜 기업이 주주도 아닌 이재명 정권의 ‘이익배급제’를 위해 배당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재명 청와대 김용범 실장의 ‘국민배당제’는 베네수엘라를 떠올리게 한다”며 “대한민국이 자유시장경제 국가임을 잊고, 대한민국 국민을 사회주의행, 베네수엘라행 급행열차에 태우려는 이재명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자본시장 불안을 초래한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본인의 입장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김용범 실장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오늘 코스피는 8000 돌파 기대감으로 시장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김 실장이 느닷없이 ‘국민배당금’ 구상을 꺼내 든 후 폭락했다”며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실상 사회적 환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악스러운 반시장적인 인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투자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해당 내용을 메인화면 기사로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기업의 이윤은 막대한 투자와 기술혁신, 실패 위험을 감수한 결과다. 특히 반도체·AI 산업은 수십조 원 규모의 선행 투자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버텨낸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성과”라며 “그런데 이재명 정부 핵심 관계자가 이를 ‘사회적으로 환원해야 할 구조적 과실’처럼 표현하는 순간, 시장은 정부가 성공한 기업의 성과를 강탈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일시적 산업 호황으로 발생할 수 있는 초과 세수를 마치 영구적 재원처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반도체와 AI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초호황 뒤 급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미래 수익을 가정한 ‘국민배당금’ 논의부터 꺼내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 AI·반도체 산업은 민간기업과 주주, 투자자의 자본과 위험 부담 위에 성장해왔다. 이를 마치 국가의 것인 양 취급하는 것은 반시장적”이라며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정책실장이 반시장적 메시지를 반복하면, 한국 증시는 ‘기업 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부정적 신호를 세계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분배 구상이 아니라, 예측가능하고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이다. 김 실장은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미친 충격과 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김 실장 즉각 경질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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