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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 돌보며 마음 치료…“덕분에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입력 | 2026-05-12 15:39:00

‘마음 나눌개’ 올해부터 정식사업
학교밖 청소년, 유기견 돌보며 위안
참가자 만족 점수 ‘4.5~4.7점’
서대문구와 관악구서도 운영




뉴시스

“내 말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지난달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한 10대 소녀가 “앉아”라는 말에 반응해 살포시 앉은 유기견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날 센터에서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마음나눌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여한 10대 6명은 모두 우울증이나 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었다.

김미애 서울 성북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지도사(34)는 “아이들이 몇 주간 유기견을 돌봤는데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고 자존감이 올라간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며 “처음 왔을 때는 서로 말도 거의 하지 않았는데 7∼8주차쯤 되니 표정이 밝아지고 서로 편해진 게 느껴져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유기견 덕에 세상 밖으로 나와”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동물을 통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인 ‘마음나눌개’를 3월부터 정식 운영하고 있다. 마음나눌개는 고립·은둔 청년이나 학대 피해 아동, 자살 유가족 등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유기견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을 돌보는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다.

시는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시민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중, 유기견 역시 입양 전 사회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범사업이 운영됐고, 참여자 반응과 만족도를 확인해 올해 정식 사업으로 확대했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자살예방센터 등 민간 기관·단체의 참여 의향을 받은 뒤 각 기관이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참여자들은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들을 산책시키고 목욕을 시키거나 반려견 간식을 만드는 활동을 한다. 또 입양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을 위한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미래 입양자를 위한 선물도 만든다. 학생 참여자의 경우 동물보건사와 애견미용사, 반려견 훈련사 등에 대한 직무 체험도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지난해 18~39세 청년 스트레스 고위험군 10명을 대상으로 이런 동물 교감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우울증 척도는 0.85점에서 0.65점으로, 스트레스는 2.77점에서 2.56점으로 개선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 배모 양(17)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돼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병원도 다녔는데 이곳에서 강아지에게 사랑을 주고 교감하니 나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혼자 집에 있으면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이 심한데 이렇게 교류하니 마음이 나아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자살 유가족인 50대 여성은 “서툰 솜씨지만 직접 만든 수제 간식을 유기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고,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통해 다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며 “유가족들은 스스로를 향한 자책 때문에 마음을 닫기 쉬운데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딛게 해줬다”고 말했다.

● ‘펫로스’ 가정까지 지원 확대 예정


동물매개치료는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자치구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내품애센터’에서는 온순한 삽살개와 노인, 청소년, 장애인, 아동 등이 교감하는 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을 2024년부터 운영 중이다. 2016년 ‘동물교감 봉사활동’을 시작한 서울 관악구도 올해 사회취약계층의 정서 안정을 돕는 프로그램을 12차례 운영한다.

서울시는 마음나눌개의 정식 사업이 시작된 첫해인 올해 대상 인원을 4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자는 176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립동물복지지원센터 동대문센터에서만 운영했지만, 올해부터는 마포센터까지 확대했다. 김능희 서울시 동물복지시설팀장은 “현재는 어린이나 청년 중심의 사업인데 앞으로 노인층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른바 ‘펫로스’ 가정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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