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가전’ 개척한 세라젬 팔지 않는 ‘체험형 마케팅’ 체계적인 고객 사후 관리로 4년만에 국내 매출 9배 성장
음료 한 잔을 주문하면 30분 안팎의 세라젬 의료기기 체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세라젬 웰카페’ 전경. 세라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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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개국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본국에서는 거의 무명이었던 기업이 있다. 1998년 창업한 의료기기 회사 세라젬이다. 척추를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며 온열 마사지 및 밀착 견인 효과를 제공하는 척추 온열 의료기기로 해외 시장에 안착했지만 정작 한국에는 전담 직원조차 없던 세라젬은 2018년 국내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의료가전’이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체험형 마케팅’ 전략과 구매 후에도 밀착 관리하는 서비스에 집중한 결과, 세라젬의 국내 매출은 4년 만에 676억 원에서 6049억 원으로 9배 뛰었다. 세라젬의 성장 전략을 분석한 HBR KOREA 2026년 5-6월호 케이스 스터디를 요약 소개한다.
● ‘체험형 매장’의 탄생
세라젬의 핵심 타깃 고객은 40대 후반 여성이었다. 이 연령대의 여성은 남편과 본인의 몸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하는 경험을 한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 경제적 여력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 가정에서 수백만 원짜리 가전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의사결정자다. 그리고 오프라인 사교 활동이 활발해 체험 후 자발적 구전을 만들어 내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이들이 세라젬 제품을 직접 체험해 보도록 어떻게 유도하느냐였다. 2018년 어느 날, 홈쇼핑 MD와의 미팅을 위해 들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 어느 카페에서 이경수 세라젬 대표이사는 힌트를 얻었다. 점심시간대 카페 안에는 40대 후반 여성들이 북적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우리 매장에 오라고 하면 안 온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제품을 써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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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위기에도 공격적 확대
웰카페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과를 냈다. 오픈 후 약 3개월이 지나자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섰다. 가능성이 확인되자 과감하게 확대했다. 1호점 개점 후 3곳, 또 10곳으로 웰카페를 확대하면서 테스트하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2020년 봄, 하루 100명 이상 몰리던 웰카페 방문객 수가 일평균 30명 이하로 떨어졌다. 내부에선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다. 장사가 잘되던 카페들도 망하는데, 웰카페를 늘리는 건 무모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어느 맛집 사진을 직원들 앞에 띄워 놓고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도 맛집은 줄을 선다. 우리는 이미 10개 매장에서 충분히 검증했다. 이제는 망설일 때가 아니라 밀어붙일 때다.”
세라젬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한 해에만 82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3개월 만에 웰카페 100개 돌파에 성공했다. 고객들의 체험을 위해 약 800억 원을 투자한 셈이었다. 과감한 투자는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돌아왔다. 첫 웰카페 매장을 연 2019년 870억 원을 기록한 세라젬 국내 매출은 이듬해 1992억 원으로 늘었고, 2021년에는 5102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 “구매 후가 진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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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의료기기인 세라젬 제품은 꾸준히 써야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품 사용 지원에 공들였다. 척추 관리가 왜 중요한지 모르거나, 리모컨 사용법을 몰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제품에 이불을 덮어두는 고객이 생기면 그 고객의 부정적 후기 한마디가 아파트 한 동을 날릴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800명 규모의 세라젬 코디네이터가 3개월에 한 번씩 구매 고객 집을 방문해 제품 사용을 지원했다. 제품을 얼마나 쓰는지 확인하고, 안 쓰고 있다면 척추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교육하고 왔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2022년 세라젬 국내 매출은 6000억 원을 돌파했고 그중 45%가 구매 고객의 소개로 발생했다. 이 대표는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을 쓰는 것보다 구매 고객 관리에 투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투자수익률(ROI)이 나온다”며 “앞으로도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건강의 본질을 파고드는 혁신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