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현석동의 ‘밤섬한식뷔페’. 1인 가격은 1만1000원. 김도언 작가 제공
김도언 소설가
2000년대 이후 중소도시와 산업 현장 주변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겨난 한식뷔페는 이제 하나의 확고한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많게는 서른 가지에 이르는 국과 반찬, 그리고 밥을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는 형식은 고물가 시대의 선물이다. 또 배고픔을 전제로 한 노동과 성장의 시간에 맞닿아 있는 매식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1인당 1만1000원으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서민들에게 영양학적으로도 축복이다.
서울 마포구 현석동의 ‘밤섬한식뷔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은 ‘전설’이 돼 가고 있는 곳이다. 점심 피크시간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이곳의 주 고객층은 인근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월식 형태로 이 집을 찾는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식사하지만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는 식단 덕분에 음식에 물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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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백미는 제육볶음이다. 돼지 목살과 앞다리살을 적당히 섞어 쓰는 이 메뉴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이 절묘하게 배어 있다. 고기는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적당한 탄력을 유지하고,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 역시 이상적이다. 지나치게 묽지도 되지도 않은 제육볶음을 밥 위에 올려 입안에 넣으면 천국이 열린다. 신선한 쌈채소에 싸 먹으면 또 다른 만족감이 따라온다. 제육볶음 하나만으로도 이곳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한식뷔페라는 형식의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함바집’ 풍경이 겹쳐진다. 함바집은 대규모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식사 시간을 줄이고, 동시에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임시 식당이다. 그곳에서 제공되던 푸짐한 밥과 고기, 그리고 여러 반찬의 구조는 지금의 한식뷔페에 영감을 준 것이 틀림없다.
밤섬한식뷔페의 점심 시간을 가만히 관찰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단순히 밥을 먹는 모습 이상의 것이 보인다. 서로 다른 현장에서 온 사람들이 한공간에 앉아 각자의 속도로 밥을 비우고 다시 채운다. 그 사이사이에 오가는 대화는 투박하지만 생생하다. 그곳에는 과장되지 않은 하루의 무게가, 그리고 그것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리듬이 있다.
밤섬한식뷔페는 이미 충분히 노포라는 이름에 다가가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일품요리를 찾느라 무심히 지나치는 한식뷔페야말로 훗날 가장 선명하게 기억될 ‘오늘의 오래된 집’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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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