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end]
채식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 사찰음식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GETTYIMAGES
이제 사찰음식은 사찰 안에 머물지 않는다.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함께 하나의 보편적인 식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채식과 비건이 전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금, 사찰음식은 현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는 전통적 식문화다.
덜어낼수록 맛이 깊어지는 사찰음식
사찰음식을 생각하면 흔히 ‘금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마늘, 파, 부추 같은 오신채를 쓰지 않고 육류도 배제한다. 하지만 이 음식의 본질은 금기가 아니라 ‘절제’에 있다. ‘무엇을 먹지 않는가’보다 ‘왜 덜어내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자극적인 맛을 걷어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과정은 감각의 과잉을 내려놓는 수행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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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찰음식의 가치는 해외로도 확장되고 있다. 2월 미국 뉴욕에서는 한국불교 사찰음식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 정관 스님은 세계적 요리 교육기관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찾아 사찰음식의 조리 원리와 음식에 담긴 불교 철학을 소개했다. 단순한 요리법 전달이 아니라 음식에 담긴 사유와 태도까지 전달하는 강연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3월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MCF) 소속 셰프들은 전남 장성군 백양사를 찾아 사찰음식을 체험했다. 이들이 한국 사찰음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사찰음식이 특정 문화권을 넘어 보편적인 미식 영역에서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극을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내는 방식, 절제 속에서 완성하는 사찰음식의 균형감이 세계 미식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가고 있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덜어내는 삶에 대한 존중이자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행위다. 넘쳐나는 선택지에서 무엇을 비워낼지를 고민하는 시대에 사찰음식은 묻는다. 우리는 음식을 왜, 이렇게 먹고 있는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3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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