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요리 전문가 진여원 선생의 작업실인 ‘푸른부엌’ 전경. 정성갑 대표 제공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
제주 해녀요리 전문가이자 자연음식 연구가인 진여원 선생의 작업실 ‘푸른부엌’에 들어서자마자 그녀가 환한 미소와 함께 로즈메리 꽃다발을 건넸다. 이곳은 15년 동안 천천히 가꾸었는데, 정원은 아름답고 살림은 반짝반짝 윤이 나 여전히 새봄 같은 모습이었다.
선생과 인연이 닿은 것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살고 있는 후배 명연 덕분이었다. 명연은 “이분도, 이분이 낸 책도 꼭 알아야 한다”며 어느 날 책 한 권을 보내왔다. ‘제주 섬·집·밥.’ 노을 지는 제주의 풍광과 옥돔국 같은 향토음식, 정원에 차린 상차림이 선물처럼 펼쳐지는 그 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진 선생의 인생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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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부엌은 주인의 손길이 닿아 귀티가 묻어났다. 앞뜰에는 수국과 재스민, 라일락과 팽나무, 란타나와 먼나무가 조화롭게 빛났다. 뒤뜰에는 제주 사람들이 ‘우영팟’이라고 부르는 채소밭이 있었다. 감기약도 따로 없었던 시절 민간요법 약재로 쓰던 댕유자와 어성초, 조선시대 우암 송시열이 애용했다는 산초 등이 자라고 있었다. 진 선생은 “댕유자나무와 우영팟이 있는 집을 찾았는데 꼭 그런 곳을 만나 감사하다”며 매일 정화수를 올린다고 했다.
점심 메뉴는 문어죽과 각종 장아찌. “문어죽은 해녀들의 보양식이었어요. 돌문어를 잡으면 바닷물에 씻어 몽돌에 짓이겨 와요. 식은 밥에 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아주 간단해요. 제주 해녀들은 늘 바빴어요. 아침이면 바닷가에 나가 해조류를 캐 오고 식구들 밥을 챙긴 후 물질을 나갔다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밭일을 해요. 조리 시간이 10분이 넘으면 해녀 음식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예요. 물질을 하고 나면 입술이 다 헤져 자극적인 음식은 먹기 어렵지요. 된장이나 간장으로만 약하게 간을 한 담백한 음식이 많은 이유예요.”
그런 이야기 사이사이 ‘약’ 같았던 그녀의 말. “먹는 법을 알면 사는 법을 알게 돼요. 이맘때면 열심히 잡초를 매고, 시장에 가서 정성껏 식재료를 고르고, 그걸로 요리해 천천히 먹어요. 이곳에는 냉장고도 없기 때문에 음식을 남기지 않지요. 저랑 악수 한번 해 볼래요? 악력이 세지요? 열심히 김매고 시장바구니 들고 다녀서 그래요. 열심히 돈 벌어서 가공식품 드시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건축가가 지은 집’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