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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원유수입 5위 쿠웨이트 ‘수출 불가항력’ 선언…7월물 확보 비상

입력 | 2026-04-21 11:26:00


쿠웨이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선박 통행 차질을 이유로 원유와 석유 제품 수출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현지 시간) 쿠웨이트 쿠웨이트시티 쿠웨이트 국제공항의 연료 저장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연기가 치솟는 모습. 쿠웨이트시티=AP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희망고문’으로 글로벌 유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여기에 쿠웨이트가 원유 수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 원유 수급난 장기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7월물 원유를 확보해야 하는 정유업계와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 ‘항공 대란’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 전쟁 후 유가 변동성 300% 폭증


20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유가 변동성은 300% 이상 폭증했다. 실제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지난 17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겠다고 발표하면서 배럴당 90.38달러로 9% 넘게 급락했다가, 협상 불발 우려가 커진 20일에는 다시 95.48달러로 5.6%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같은 기간 94.69달러에서 83.84달러로 떨어졌다가, 다시 89.61달러로 오르는 등 시장 전반이 극심한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런 극단적인 변동성 속에 20일 알려진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의 원유 및 석유제품 선적에 대한 불가항력 선언은 원유 업계의 위기감을 한층 키우고 있다. 쿠웨이트는 국내 전체 원유 수입의 8.5%를 차지하는 5위 수급국인 만큼, 대체 물량을 당장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진 것이다.

일단 정부와 정유업계는 단기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선을 그었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전쟁 이후 호르무즈 봉쇄로 쿠웨이트산 원유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불가항력 선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들 역시 전쟁 이후 쿠웨이트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공급 차질을 예상하고 대체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 7월물 확보 비상… 韓 ‘항공유 수출 제한’ 가능성도

ⓒ뉴시스

문제는 이번 조치가 수급난 장기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진짜 고민은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에 따른 7월 원유 물량 확보 변수다. 현재 정유업계는 6월 물량까지는 간신히 맞췄으나, 7월물 수급을 앞두고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부진과 글로벌 유가 변동이 극대화된 가운데, 중동 외 타 지역의 원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 내부의 기류도 보다 긴박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부처 등이 현재 원유 수급 상황을 일주일 전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편 장기화된 원유 수급 불안은 항공업계의 ‘여름 대란’으로 전이되고 있다.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이 글로벌 항공유 부족 사태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6주 내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항공유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들은 항공유 가격 상승과 항공유 부족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노선 운항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항공 노선은 환승 및 연결편으로 촘촘하게 이어진 구조라 노선 취소 및 축소가 계속되면 이용객들의 ‘연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은 세계 최대 항공유 공급국인 만큼 한두 달 치 항공유 재고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내수 시장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항공유 수출 제한’ 등 극단적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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