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타깃 AI는 중립적 답변 제공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 필요성 커져 우리나라 역사-문화 가치 지켜내야 기술 경쟁력 높이고 일자리도 확충
인공지능(AI)은 전 세계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중립적인 답안을 찾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소버린 AI(Sovereign AI)’다. 자국 데이터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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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야?”
과거 이 질문을 인공지능(AI)에게 던지면 어떤 답이 나왔을까요. “독도는 대한민국과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겪고 있는 섬입니다.” 대답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명백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텐데 말이죠.
그렇다면 AI는 왜 이렇게 답했을까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AI는 전 세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뿐 아니라 일본의 주장, 해외 언론의 표현까지 함께 섞여 들어갑니다. 결국 ‘정답’보다 ‘평균적인 표현’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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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화 이해하고 작동하는 ‘한국형 AI’
소버린(Sovereign)은 주권, 즉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한마디로 ‘우리나라가 주인이 돼 만드는 AI’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며 우리 사회에 맞게 작동하는 ‘한국형 AI’입니다. 이미 훌륭한 외국 AI가 있는데 왜 굳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네 가지 이유를 말합니다. 첫째,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입니다. 독도 문제처럼 중요한 사안에서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한 설명’을 할 수 있는 AI가 필요합니다. 교육에서도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둘째, 데이터 주권 때문입니다. 우리가 AI에 입력하는 질문과 정보는 모두 데이터로 남습니다. 외국의 AI를 사용하면 우리가 입력한 모든 내용이 외국의 거대한 서버로 전송됩니다.
셋째, 기술 독립과 경쟁력입니다. AI 기술이 없다는 것은 곧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식민지’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동네의 맛집 요리에만 의존하다가 스스로 요리하는 법을 다 잊어버리면, 식당 주인이 가격을 100배로 올려도 꼼짝없이 굶거나 비싼 돈을 낼 수밖에 없는 이치입니다. 넷째, 미래 일자리입니다. AI 산업이 커지면 AI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 AI 윤리 전문가 등 매력적인 직업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훌륭한 일자리들이 외국 거대 기업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우리나라 청년들의 몫이 되게 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미스트랄 AI’라는 토종 기업을 무섭게 키워내 타국의 AI에 맞서고 있습니다. 영국, 유럽연합(EU), 인도 등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자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고군분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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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정부는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증액하며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심장인 컴퓨팅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최근 2조800억 원 규모의 마중물 투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AI 고속도로 구축 사업’을 본격화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AI도 눈부시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대화형 챗봇 ‘클로바X’를 과감히 종료하고, 훨씬 똑똑한 초거대 AI 두뇌 ‘하이퍼클로바 X’를 검색, 쇼핑, 지도 등 일상 서비스 곳곳에 깊숙이 심어 사용자를 돕는 ‘AI 에이전트(비서)’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카카오 역시 대화의 맥락을 완벽히 이해하는 ‘카나나(Kanana)’를 카카오톡에 이식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 안에서만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기술을 적용해 사적인 대화가 서버로 전송될 걱정 없이 완벽한 철통 보안 속에서 AI를 누릴 수 있게 했습니다.
올해 1월 한국은행은 네이버와 함께 금융 특화 소버린 AI ‘보키(BOKI)’를 개발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중 자체 AI를 개발해 실제 업무에 도입한 건 한국은행이 최초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요한 비밀 자료가 외국 서버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국은행 내부 전산망에서만 작동합니다. 우리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소버린 AI 구축도 돕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손잡고 아랍어 기반 AI를 개발 중입니다. 태국 기업과 협력해 태국어 AI도 만들고, 모로코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위한 거대 AI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 “기술 문제 넘어 문화-가치 지켜내는 일”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우리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가치를 사이버 세상에서 지켜내는 숭고한 일입니다. 외국의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역사와 가치를 지키고, 기술의 주인이 되는 21세기 독립운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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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범 풍덕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