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르무즈 逆봉쇄] 이란 원유-가스 수출 전방위 봉쇄… 트럼프, 돈줄 끊기로 협상력 극대화 “승인없이 통행땐 차단-회항-나포… 목적지 이란 아니면 방해 안할 것” 이란, 亞-유럽 무역길 홍해차단 예고… “이란보다 세계경제 먼저 타격” 우려
에이브러햄 링컨함
이란은 전쟁 발발 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일부 유조선에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씩의 통행료를 받는 대가로 이들의 통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루 평균 185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왔다. 역봉쇄 조치를 통해 이 같은 통행료 부과와 원유 수출을 통한 이란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질 것이란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이다.
다만 역봉쇄에 따른 부담 역시 상당하다.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고, 국제 유가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충격도 커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해협 봉쇄 결정이 “이란과 글로벌 시장 중 어느 쪽이 더 큰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고위험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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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해협 봉쇄 발표는 11, 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마라톤 종전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뒤에 이뤄졌다. 이란 전쟁 발발 뒤 첫 종전 협상이 ‘노딜’로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강경한 카드를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 수입의 절반가량은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등에서 나온다. 즉,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이란의 돈줄과 무역 전반에 타격을 입히면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약화시키고, 핵 문제 등에서도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종전 협상에서 고농축 우라늄 반출과 농축 제로화 등 핵 개발 억제와 관련된 미국의 요구에 강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고유가 장기화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을까지 국제 유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고 비슷할 수 있고 약간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이는 그동안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 달리,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올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도 각각 베네수엘라와 쿠바 해역을 봉쇄해 목표를 이룬 경험이 있다. 이런 해역 봉쇄의 성공 경험도 트럼프 행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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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선박 조준하는 이란 드론 이란 혁명수비대 담당 매체 세파뉴스가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의 역봉쇄 시도에 맞서겠다며 12일(현지 시간) 공개한 영상. 해협 일대를 지나는 각국 선박들이 혁명수비대의 드론 조준경 십자선 안에 담겼다. 사진 출처 세파뉴스 텔레그램
또 ‘겹봉쇄’ 고통에 이란보다 세계 경제가 먼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전 세계 에너지 가격과 해상 운임·보험료·인플레이션 수준 등에 동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간 미국이 이란의 해협 봉쇄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해 왔는데, 미국 역시 봉쇄에 나서며 이란이 받아온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이란은 또 다른 원유 수송로이며 홍해의 관문 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란 국영방송(IRIB)은 12일 X에 “이란 해상 봉쇄? 바브엘만데브 곧?!(Bab al-mandeb Coming soon?!)”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연결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12%를 담당한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중동산 원유의 핵심 수송로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란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도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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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