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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우디는 게임사 인수에 98조 원을 쏟아부었을까?[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6-04-10 10:00:00


현재 전세계에서 게임 산업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바로 중동의 대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입니다.

사우디는 2020년 이후 전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국가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다수 개최하고 있고, 게임 허브를 조성하는 중입니다.

여기에 국부 펀드 주도로 세계적인 게임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게임 지식재산권(IP)과 라이브 서비스 운영 역량까지 손에 넣는 단계로 들어서는 중이기도 하죠.

글로벌 대표 산유국인 사우디가 ‘오일 머니’를 앞세워 게임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셈인데요. 그렇다면 사우디는 왜 이렇게 게임 산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요?

사우디 자본의 게임 산업 투자(AI 생성 이미지)




오일 머니 앞세워 게임사 인수에 나서는 사우디

사우디의 게임 투자는 단순한 투자 수익을 노리는 수준이 아닙니다. 게임사들의 운영권을 완전히 확보하여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소수 지분 투자’와 ‘실질 인수’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사례가 지난 2025년 PIF(사우디 국부펀드)를 통해 진행된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인수입니다. 약 550억 달러(한화 약 77조 원) 규모로 알려진 EA 인수는 단순한 투자나 지분 확보가 아니라, 상장사를 비상장으로 전환하는 전량 인수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기업의 완전 지배를 위해 모든 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여 상장 주식을 비상장 주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매우 공격적인 금융 전략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게임사는 상장 상태를 유지하며 자금을 조달하지만, 사우디는 반대로 시장에서 회사를 빼내 장기 보유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IP와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 셈이었죠.

SNK 이미지(자료 출처-게임동아)

2020년부터 진행된 게임사 인수 금액도 엄청납니다. 2020년 무함마드 빈살만 재단 산하 국부 펀드인 ‘EGDC’는 아랑전설, 킹오브파이터, 메탈슬러그 등의 IP를 지닌 SNK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약 5,225억 원을 들여 전체 지분의 96.18%를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2022년 PIF 산하 Savvy Games Group은 ‘ESL 게이밍’을 10억 5,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e스포츠 경쟁 플랫폼인 ‘FACEIT’를 더해 종합 e스포츠 기업인 ‘ESL FACEIT Group’으로 새롭게 출범시켰습니다. 

포켓몬고 이미지. 출처 게임동아

같은 해에는 수십 개 개발사를 보유한 엠브레이서 그룹의 지분 8.1%를 약 10억 5,000만 달러에 확보했고, 2023년에는 미국 모바일 퍼블리셔 ‘스코플리’를 49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특히, 이 ‘스코플리’는 2025년 ‘포켓몬 GO!’, ‘몬스터 헌터 나우’로 유명한 나이언틱의 게임 사업부를 35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여 게임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죠. 여기에 넥슨, 닌텐도, 캡콤, 코에이 등 아시아의 대표 게임사에도 상당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죠.

이런 과정에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사우디가 게임 산업에 투자한 금액은 무려 712억 달러. 한화로 계산하면 약 98조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 기업에 투자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 게임 산업 중 일부분을 인수한 수준의 규모입니다.



사우디는 왜 게임사를 인수하는 것일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우디가 아무 회사나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우디가 인수 혹은 자본 투자를 진행한 기업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게임 IP 또는 플랫폼을 갖춘 기업들이며, 둘째는 출시 한 번으로 끝나는 패키지 게임보다, 장기간 매출을 뽑아낼 수 있는 라이브 서비스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e스포츠 운영, 대회 인프라, 커뮤니티 플랫폼, 모바일 퍼블리싱 역량까지 갖춘 기업은 확실한 운영권을 확보하여 인수를 진행했죠. 

실제로 2025년 로이터 통신은 EA 인수전을 분석한 기사에서 “대형 게임사 인수의 매력이 결국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의 지속 가치’와 IP 확장성에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게임 시장 성장세가 예전보다 둔화된 상황에서, 이미 검증된 IP를 쥐고 있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죠.

이 인수 기업들을 보면 사우디의 전략이 대략 드러납니다. 오일 기반의 산업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의 진출을 위한 경제 구조의 다변화라는 것이죠. 실제로 사우디는 ‘비전 2030’ 아래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관광,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산업을 새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SABBY 게임 그룹(자료 출처-SABBY 홈페이지)

사우디 정부 자료를 보면 Savvy와 국가 전략의 목표는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분야에서 250개 회사를 세우고, 3만 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국내총생산 기여를 500억 리얄(한화 약 20조 6천 2백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단순히 인수를 통해 지분 평가차익을 노리기보다, 운영 노하우와 인력, 배급망, 브랜드를 한꺼번에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게임 산업은 변동성이 크지만, 검증된 상위 IP는 반대로 아주 긴 수명을 갖는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모바일 라이브 서비스와 스포츠 게임, 슈터, 위치기반 게임처럼 이용자 풀이 큰 장르는 경기 변동기에도 상대적으로 꾸준한 수익을 거두는 산업으로 분류되죠. 

사우디컵 LOL 대회(자료 출처-사우디컵)

이에 금융업계 시각에서 사우디의 행보는 장기 보유형 콘텐츠 자산 매입에 가까우며, 상장사의 분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 운영을 노리는 것이 사우디의 전략 중 하나라고 분석하는 중입니다. 

이처럼 사우디는 청년 고용과 디지털 기술, 글로벌 IP, 관광과 이벤트, 문화 수출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포석 중 하나로 게임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더욱이 엄청난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한 만큼 게임 산업에 대한, 이 엄청난 투자는 아직 시작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과연 게임 사업을 기반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우디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세계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jun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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