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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도 넘은 막말을 많이 했다. 자신이 대선에서 지면 “미국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위협한 적도 있고, 비판 세력을 ‘해충(vermin)’이라고 부르며 근절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폭력과 멸절을 연상시키는 자극적인 악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라지만, 이번엔 지지층에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die)”이라는 발언까지 꺼냈기 때문이다.
▷문명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건 민간인까지 살상하겠다는 얘기다. 제네바 협약은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 공격을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이란 인구는 900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전쟁의 참화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민간인들이다. 그들의 삶은 물론이고 그 기반까지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무기는 극소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는 우려를 전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란이 바뀌지 않으면 미국이 사용한 적 없는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며 논란을 키웠다. 그러자 백악관이 그 가능성을 부인했고 뒤이어 2주간의 휴전 국면에 들어가면서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문명 파괴’ 주장의 파장은 일파만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한때 측근이었던 마저리 테일러 그린 전 공화당 의원은 “악이자 광기”라며 대통령 권한을 중단시키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론했다. 마가의 대표 스피커 터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을 적그리스도에 빗대며 전쟁 범죄라고 저격할 정도다. 레오 14세 교황도 “진심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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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백악관의 소셜미디어에 등장한 것은 공습 장면을 할리우드 영화나 게임과 합성한 영상들이다. 골프 게임의 홀인원 장면에 실제 폭격 장면을 이어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석유를 전리품이라 하고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부동산 사업가이자 리얼리티쇼 진행자였던 그에겐 전쟁도 비즈니스나 쇼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미국은 유대인 절멸을 공언한 히틀러의 독일에 맞섰다. 트럼프 시대엔 그런 역사도, 인권을 중시해 온 미국의 가치도 하나둘 ‘생경한 과거 속의 일’이 돼가는 것처럼 보인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