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부르면 오지 않는 것들’ 출간 관계의 거리와 삶의 아이러니 비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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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한 황인숙 시인(68).
그는 매일 밤 서울 용산구 해방촌을 돌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높낮이가 만만치 않은 언덕배기 해방촌 일대를 오르내리며, 길고양이들에게 쓰는 시간만 하루 수 시간. 해방촌 한 집에서만 20년째 살아온 황 시인은 어느새 동네 길고양이들의 ‘거리 집사’가 됐다.
그 경험은 최근 단편소설 ‘하얀 새틴의 밤’에 담담하게 스며들었다. 작품엔 매일 고양이 밥을 챙기는, 시인을 닮은 화자가 등장한다. 길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화자는 이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더는 좋아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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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지난달 25일 고양이를 소재로 출간된 소설집 ‘고양이, 부르면 오지 않는 것들’(잉걸북스·사진)에 수록된 작품이다. 황인숙, 이순원 등 원로 작가를 필두로 서성란, 고은규 등이 참여해 고양이를 매개로 한 열 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기획은 소설가이기도 한 신승철 잉걸북스 대표가 맡았다. 그는 “고양이를 테마로 소설을 모아보겠다고 소셜미디어에 올렸더니 예상보다 많은 투고가 들어왔다”며 “결과적으로 절반은 투고, 절반은 청탁으로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고양이에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신 대표는 “고양이의 습성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사람 이야기로 닿게 된다”며 “불러도 오지 않는 것들, 하고자 하지만 성사되지 않는 것들, 좌절된 욕망 같은 심상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 앞에 선 고양이는 붙잡을수록 멀어지고, 내려놓을수록 곁에 남는다. 작가들은 이런 고양이의 속성을 통해 관계의 거리와 삶의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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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