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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전기차-비트코인도 ‘탄소발자국’ 남긴다

입력 | 2026-04-04 01:40:00

◇호모 카르보/신익수 지음/788쪽·4만4000원·틈새책방




여름이 너무 덥고, 비도 몰아서 오고, 하여간 짜증이 나지만 아직은 살 만한 것 같기도 한가. 기후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독자라도 이 책을 읽으면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세계적 의학 저널 ‘랜싯’이 해마다 발표하는 ‘기후 변화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 기온 상승이 신장과 심혈관 질환, 그리고 만성적인 전신 염증의 위험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5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빠르게 늙는다. 그것도 점점 더. 의학의 발전으로 오래 살게 된 건 사실이지만 더 일찍 병이 들고 있다. 다른 요소를 제거해 보니, 원인은 ‘기온 상승’이었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인류의 세포가 더 빨리 늙고 있다고 한다.

숭실대 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석탄기 이후 3억 년 동안 저장된 탄소를 마구 탕진했다는 뜻에서 인류를 ‘호모 카르보(Homo Carbo)’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본다. 카르보는 ‘탄소’란 뜻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배가량 증가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로 시작해, 탄소 문명이 촉발한 생물학적 위기와 개선 방안 등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전기차 등 지구를 구하는 것으로 포장된 여러 ‘녹색 기술’ 뒤에도 큰 탄소 발자국이 있다고 비판한다.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남자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대신 추악하게 썩어 들어가는 초상화처럼 지구의 어딘가에서 환경 파괴가 이뤄진다는 것. 가상화폐는 ‘21세기 최대의 에너지 사기’라고 꼬집는다. 비트코인 시스템이 소모하는 총전력을 거래 건수로 나누면 한국의 보통 가정이 약 100일간 쓰는 전력량이 나온다고 한다.

재생 에너지도 만능이 아니다. 독일처럼 ‘원전은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다간 석탄을 더 태워야 할 수 있다. 저자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면서 “원자력으로 바탕을 깔고, 재생 에너지를 최대한 확대하고, 천연가스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 가능한 최선”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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