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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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 지음/ 292쪽·1만7500원·상상스퀘어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김하율의 장편소설 ‘이 별이 마음에 들어’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니나’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의 기록이다. 한국의 어느 공장에서 여공(女工)으로 살아가게 된 니나에게 지구는 처음엔 그저 생존해야 할 차가운 타향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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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핵심은 니나가 작성하는 ‘지구 보고서’의 변화에 있다. 처음엔 “지구인은 폭력적이다”라고 적던 그는, 곁을 지켜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너와 나 사이, ‘다름’을 넘어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SF라는 틀 안에서 다정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외계인의 입을 빌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다.
작가가 외계인의 눈을 빌려야만 했던 이유는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 삶을 돌아볼 ‘초현실적인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건—설사 다른 행성이라도—마음을 나누는 존재가 있는 순간, 그곳은 ‘나의 행성’이 된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선함을 믿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 같은 소설이다.
◇ 처단/ 정보라 지음/ 176쪽·1만4000원·상상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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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무대는 병원이다. 폐 수술을 받는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그녀’는 성소수자다. 병원으로 들이닥친 군인들과 마주했을 때, 법적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계엄령은 현실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킬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상황 속 폭력은 약자를 가장 먼저 덮친다.
소설은 장애인, 이주 노동자, 사회적 참사 피해자 등 국가 폭력 앞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취약 계층의 목소리를 빌려 계엄이 멈추지 않은 가상의 사회를 파헤친다.
제목인 ‘처단’의 의미는 후반부에서 뒤집힌다. 국가가 불온세력을 제거하겠다며 휘두른 칼날은, 억울하게 희생된 혼령들이 일어나 가해자를 단죄하는 심판이 된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어깨를 맞대고 폭압에 저항하는 결말은 현실의 트라우마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승화시킨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