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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교수 390여 명 채용…인문-사회과학-철학 투자

입력 | 2026-03-31 04:30:00

[2026 톱티어 캠퍼스]전인류적 과제 해결을 위한 교육 투자 모델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학령인구는 줄고 인공지능(AI)은 빠르게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많은 대학이 생존을 고민하는 이 시대에 고려대학교는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아니라 ‘대학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그 물음에 고려대(총장 김동원)는 ‘Next Intelligence University(넥스트 인텔리전스 유니버시티)’라는 답을 내놓았다.

AI, 캠퍼스 전체를 바꾸다

고려대에는 2023년 이후 AI 분야 교수 79명이 새로 합류했다. 전 학과 커리큘럼에 AI 융합 과정이 편성됐고 모든 교수 손엔 AI 튜터 활용 도구가 쥐어졌다. AI 기반 교수법과 평가 시스템도 함께 도입됐다. 조만간 교직원도 생성형 AI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쓰게 된다. 강의실부터 행정실까지 캠퍼스 전체가 달라지는 중이다. 김동원 총장이 직접 AI 정책을 총괄하는 ‘Next Intelligence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 전환을 구호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AI 시대에 인문관을 짓는 이유

고려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동시에 반대 방향으로도 걷기 시작했다. 신임 교수 390여 명 가운데 약 100명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배치됐다. 국내 대학으로선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인문관 신축이 시작됐다. 기술이 철학과 윤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인간 중심 가치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고려대가 내세우는 ‘AI 50, 인문 50’ 모델은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오랜 통찰에서 길어 올린 결론이다.

61개국 석학과 노벨상 수상자가 모이는 대학

지난해 5월 개교 120주년을 맞아 고려대는 ‘비전 2040’을 선포했다.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로 ‘크림슨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2025년 금속-유기 골격체(MOF)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오마르 야기 미국 UC 버클리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가 석좌교수로 합류했다. 에너지·환경·바이오, 인류가 지금 가장 절박하게 마주한 문제들 앞에 세계 최고의 지성을 세웠다.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 ‘K-CLUB’의 성장도 눈에 띈다. 고려대를 중심으로 61개국 석학이 참여하는 대규모 지식 네트워크다. 지난해 7월 열린 ‘제1회 K-CLUB 월드 컨퍼런스’에는 38개국 연구자들이 모여 유럽연합 최대 연구 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의 6개 클러스터에 대응하는 공동연구 방안을 논의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3일까지 제2회 행사가 예정돼 있다.

수치로 증명하는 네이처 포지티브

지난 3월 고려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네이처 포지티브’를 선언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을 넘어 한번 훼손된 자연을 실제로 되살리겠다는 개념이다. 목표는 구체적이다. 2045년 탄소 넷제로, 물 사용량과 쓰레기 배출량 각각 6% 감축,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이용률 88% 달성, 2040년까지 지속가능성 관련 연구 비율을 39.9%에서 50%로, 강의 비율을 14%에서 2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수치가 따르지 않는 선언은 의지가 아니라 수사에 불과하다. 고려대의 약속엔 눈금이 새겨져 있다.

기후 위기 대응 글로벌 프로그램 ‘Climate Corps(기후행동단)’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여름 6개 대륙 35개 대학에서 130명이 참여해 도시 회복 탄력성, 에너지 정책, 식량안보 등 6개 분야의 해법을 논의했다. 오는 7월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될 ‘Climate Corps Program 2026’에는 21개국 39개 대학에서 교원 25명과 학생 107명이 참여를 예고했다.

AI를 도입하면서 인문학을 놓지 않고, 연구 성과를 내면서 지구의 내일까지 책임 안에 두는 것. 고려대가 ‘Next Intelligence University’라는 이름에 담으려는 것은 결국 그 균형이다. 120년 전 ‘민족의 대학’으로 시대의 빛이 됐던 고려대학교가 이제 기술과 인문학적 통찰을 두 축으로 삼아 전 지구적 위기를 헤쳐 나갈 ‘인류의 대학’으로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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