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 시행에 목소리 키워 효성重 정관 변경, 반대로 첫 부결… 내일 녹십자 등 이사 감축 반대 예정 지분 5% 넘는 상장사 272곳 긴장… “주주가치 제고” vs “경영권 간섭”
하지만 국민연금은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한 상법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사 선임을 제한할 수 있고, 집중투표제(이사 수만큼 표를 1명에게 몰아주는 제도)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대 이유를 들었다.
올 들어 국민연금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 등을 이유로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과도한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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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25일 SK하이닉스와 26일 현대자동차 주총에서는 자사주 소각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이다.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가 아니라 임직원 보상 등에 쓰는 것은 당초 취득 목적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산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 한도나 주주 가치 훼손 이력 등을 주로 문제 삼았다. 하지만 올해는 개정 상법에 반영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따져 기업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에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부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국민연금이 2024년 의결권을 행사한 3165개 안건 중 반대 의견은 20.79%로 2020년(15.75%)에서 5년 새 5%포인트 이상 늘었다.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기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를 잘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절차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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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연금의 실력 행사가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정 안건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의사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여서 정권에 따라 의결권 행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영계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이사 충실 의무와 자사주 소각 등을 담은 상법 개정에 더해 국민연금까지 징벌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정부 정책 방향만 좇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해 중립적인 입장을 지키거나 의결권 행사에 따른 명확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목소리는 한국 자본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국민연금의 첫 번째 가치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것인 만큼 의결권을 균형감 있게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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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