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년간 토지 소유 구조 재편… 토지가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결정 日 경자유전 개혁으로 급진적 변화… 남성이 재산권 가져 여성 지위 감소 ◇랜드 파워/마이클 앨버터스 지음·노승영 옮김/420쪽·2만3500원·인플루엔셜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로 가득 찬 서울. 신간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가 대대적인 토지 재분배 과정에서 각국이 내린 선택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토지와 부동산 문제를 통시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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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신간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땅’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대대적인 토지 재분배의 시기에 각국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형성됐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난 2세기 동안 토지 소유 구조는 세계적으로 크게 재편됐다. 원주민이 살던 땅이나 소수 엘리트가 독점하던 토지는 식민 지배와 전쟁, 혁명, 국가의 토지 개혁 등을 거치며 새로운 집단에 재분배됐다. 이 과정에서 토지 재분배는 설계 방식에 따라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되기도 했지만, 또 다른 불안정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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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채택한 ‘경자유전’ 개혁도 설명한다. 대지주로부터 땅을 거둬 실제로 경작하는 사람들에게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일본에서는 극소수의 지주가 절대다수의 가난한 소작인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 지주 집단이 결성한 전국적 연합체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합군 최고사령부는 이를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떠받친 기둥으로 여겼다. 경자유전 개혁은 이에 대한 미국의 처방이었다.
이 개혁은 일본 사회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켰다. 힘을 얻은 소농들은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자녀를 논밭이 아니라 학교로 보낼 수 있었다. 한 세대가 채 지나지 않아 일본은 도시화와 교육 수준의 상승을 동시에 이루며 경제 호황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사회적 하층 계급 출신들이 공직과 군부, 재계에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자유전 개혁에도 한계는 있다. 재산권을 남성 가장에게 귀속시키면서 성 불평등을 강화했다. 남성은 토지 자산 가치 상승을 발판 삼아 사회적·경제적 권력을 키웠지만, 여성은 그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됐다. 환경 오염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작자가 토지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게 되면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려는 압박이 커졌고, 그 결과 산업용 비료와 살충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토지를 혹사시키는 경향이 나타났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끈질긴 문제들이 알고 보면 토지 재분배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뒤집어 말하면, 올바른 주인을 만난 토지는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토지와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데 통시적 시각을 더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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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