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폭행죄보다 2배 넘게 무겁게 처벌 “이혼-사실혼 만연 시대…법으로 효 강요”
헌법재판소 ⓒ 뉴스1
● “法으로 孝를 강요” 재판소원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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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와 수년 간 이혼 소송을 이어가던 A 씨 역시 장모인 B 씨에 대한 존속폭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 씨는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12일 법원 확정 판결에 불복해 헌재의 판단을 구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되자 A 씨는 헌재에 “위헌적 법률을 토대로 한 재판”이라며 재판소원을 냈다. 배우자의 부모를 폭행할 경우 무조건 가중처벌 하도록 정해놓은 법은 위헌이고, 개별 사건을 살펴본 법관이 일반 폭행죄를 적용하되 사유를 참작해 형량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자신의 부모는 한번 부모이면 영원히 부모일 수밖에 없는 만큼 ‘패륜성’을 가중처벌목적으로 삼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사실혼과 이혼이 급증하는 현대사회에선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선 법으로 효를 강요할 의미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년 째 이혼 소송을 이어가면서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난 배우자의 부모를 폭행할 경우 존속폭행죄가 적용돼 가중처벌 대상이 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의 부모자를 폭행할 경우 존속폭행죄가 적용되지 않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 日은 존속범죄 가중처벌 “위헌”, 韓은 2013년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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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법계 국가는 존속 범죄를 가중 처벌하지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프랑스, 대만은 부모나 조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존속 범죄 뿐 아니라 자녀나 손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비속 범죄도 가중 처벌한다. 한국은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나 손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범죄’의 경우에는 가중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사건에서 일반 살인 혐의가 적용된 것도 이런 규정 때문이다.
이에 앞서 헌재는 2002년에는 존속상해치사죄를 가중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합헌 결론을 내렸다. “직계존속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사회윤리의 본질을 이루는 가치 질서이고, 유교사상으로 전통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우리나라에선 가중처벌은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이유였다.
헌재는 2013년엔 존속살해죄를 가중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패륜성에 비추어 고도의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진성 서기석 재판관은 “범행 동기 등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형의 하한을 높여 합리적 양형을 어렵게 하며 비교법적으로도 예를 찾기 어렵다”며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위헌 의견을 냈다.
한편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첫날인 12일 하루 동안 헌재에는 총 20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오후 6시까지 16건이 접수돼 이틀간 총 36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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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