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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비단과 삼베로 한평생 둘렀어도, 가슴속 학문으로 기품은 절로 빛나리.
박잎 삶아 버티는 노학자 곁 청빈한 삶은 싫어, 기어코 선비들 따라 과거 길에 나서리라.
주머니 비어 봄놀이 다닐 말은 못 장만해도, 사윗감 찾는 수레들에 눈 어지러울 날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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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粗繒大布裹生涯, 腹有詩書氣自華. 厭伴老儒烹瓠葉, 强隨擧子踏槐花.
囊空不辦尋春馬, 眼亂行看擇婿車. 得意猶堪夸世俗, 詔黃新濕字如鴉.)
―‘동전과의 작별에 부쳐(화동전유별·和董傳留別)’ 소식(蘇軾·1037∼1101)
겉 차림은 궁색해도 말과 눈빛이 흐트러지지 않은 사람, 시인은 친구 동전(董傳)에게서 그런 빛나는 기품을 본다. 시인은 가난을 동정하는 대신 시선을 한 번 비틀어 친구의 미래를 축원한다. 청빈한 일상에만 머물지 말고 과거의 길로 나서 보라고 등을 민다. 급제한 날, 가난하여 봄 거리에서 말 타고 활보하는 호사는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거리엔 사윗감을 찾으려 권문세가의 수레가 몰리고, 그 한복판에서 네 이름이 불릴 수도 있다는 식이다. 농담 뒤에 온기가 담긴 시인의 격려를 마냥 우스개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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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