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장기전 양상] 환율-물가 자극해 실물경제 충격 수출-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 1979년 오일쇼크-금융위기 데자뷔 “유가 150달러땐 성장률 0.8%P 하락”
9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전광판에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의 장중 가격이 표시돼 있다. WTI는 8일(현지 시간) 장중 한때 전 거래일(90.90달러) 대비 31.44% 오른 배럴당 119.48달러에 거래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TI 일일 상승률이 30%를 넘긴 건 1988년 이후 처음이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1970년대 오일쇼크 데자뷔 우려
특히 한국 경제는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이 중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서 들여오고 있어 이번 사태 영향이 더 크다. ‘유가 상승→경상수지 악화→환율 상승→수입·소비자물가 상승→경기 침체’ 악순환에 빠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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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이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과거에도 나타났다. 1979년 이란 혁명을 계기로 발생한 ‘2차 오일쇼크’가 대표적이다. 지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돼 중동 원유 공급이 급감했던 때다. 당시 배럴당 15달러였던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39달러로 160% 급등했고, 그로 인해 국내 물가는 1980년에만 28.7%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2007년 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150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에너지 수요 증가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쳐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당시 유가 상승은 글로벌 물가를 자극했고, 소비와 투자 심리를 동시에 위축시키면서 금융위기와 맞물려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불러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2차 오일쇼크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며 “에너지 수급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의 경우 운송비용 급증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가 부진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유가 150달러 땐 韓 성장률 반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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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연구원에서 받은 ‘이란 사태 관련 주요 산업 영향 분석’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석유제품·화학·비금속광물 등 에너지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생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 유가 탄력성은 석유제품이 11.04%로 가장 높았고 화학제품(1.84%), 비금속광물 제품(0.82%) 등의 순이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점 역시 부담이다. 저출산 고령화, 생산성 둔화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대에서 지난해 1.8%까지 떨어졌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등 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내수 중심의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과거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정부가 유류세율 인하 폭을 확대하더라도 기름값 인하 효과는 50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원유 공급처 다변화, 비축유 방출 등을 고민하는 동시에 사태가 길어지면 다양한 비상 정책을 실시해 실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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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