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 중동發 경제 쇼크 현실화 우려 휘발유값 등 물가 끌어올릴 조짐 경기 회복 국면 늦춰질 가능성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올랐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물가를 끌어올릴 조짐이 커지고 있다. 고유가 장기화, 환율 불안으로 물가가 오르면 올해 2% 수준으로 예상되는 한국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품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 종가는 80.79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3.41% 올랐다. 같은 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6.7% 오른 77.74달러로 마감했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3% 상승해 71.2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은 12∼13% 급등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탓이다.
문제는 원유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 위협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통상 2∼3주 뒤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전쟁 전부터 불거진 이란 정세 불안으로 이미 국내 기름값이 오르기 시작한 상황에서,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713.75원으로 하루 만에 11.68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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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0.93% 오른 157.96엔을 나타내며 달러 강세를 나타냈다. 세계 기축통화로 안정성이 높은 달러화 선호 현상이 높아져서다.
이번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결국 한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82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0.45%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0%포인트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진욱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와 전 세계 무역 노출도가 모두 높은 편”이라며 “올해와 내년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주요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 석유·가스 무역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1% 수준이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0.2∼0.3%포인트씩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여전히 국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이번 충격으로 경기 회복 국면으로의 안착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및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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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