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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하늘은 빈민가, 땅이 천국… 발칙한 상상

입력 | 2026-02-28 01:40:00

◇구름 사람들/이유리 지음/352쪽·1만8000원·문학동네




구름은 보통 낭만과 자유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어렸을 적 누구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솜사탕 같은 구름 위에 살포시 눕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으리라. 어른이 됐을 때 지친 현실을 잠시 피하기 위해 구름을 보며 부유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2020년 등단한 젊은 작가인 저자는 이 장편소설에서 마냥 포근해 보이는 구름에 대해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한다. 지상에서 1.5km 떨어진 상공, 정체불명의 오염물질로 이루어진 분홍빛 구름을 최하위 계층이 모여 사는 빈자(貧者)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저 아름다운 분홍빛 구름을 보세요. 마치 불행으로 만들어진 솜사탕 같지 않습니까.” 보통 땅은 낮고, 하늘은 높지만 대담한 설정으로 이 위계를 뒤집은 점이 흥미롭다.

‘구름 사람들’은 모든 인프라와 자원이 집중된 곳에 사는 ‘땅 사람들’과 구분돼 불린다. 늘 전기와 물 부족에 시달리고,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일을 하려면 긴 사다리를 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땅으로 내려와야 한다. 차별과 혐오도 일상적으로 겪는다. 이들에게 분홍빛 구름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거지들의 핑크빛 요새”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 하늘은 구름 위에서 태어난 스무 살 청년이다. 폐병을 앓는 할아버지와 폭력에 무감한 아버지, 무기력한 어머니, 어린 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간다. 정부가 인공 강우제를 살포해 구름을 철거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의 삶은 한층 더 불안해진다. 이웃이자 동갑내기인 ‘원’은 매캐한 연기 가득한 삶 속에서 유일하게 품는 욕망의 대상이다.

환상적 상상력과 현실적 문제의식을 유려하게 겹쳐 놓으며 낯선 충격을 만들어 내는 소설. 빈민촌,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실제 대상’을 상상하게 하면서도, 동화적 묘사가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가장 높은 곳을 가장 낮은 자리로 설정한 전복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사회의 높낮이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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