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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심제’ 재판소원법 與주도 국회 통과…헌재가 대법판결 번복 가능

입력 | 2026-02-27 19:48:00

국힘 “이재명 재판 뒤집기 사법파괴 3법”
대형 플래카드 들고 항의하자 우원식 “치워라”
“피켓으로 쳤다” “왜 사진찍나” 여야 고성도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안에 대한 표결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이날 재판소원제법은 재석 의원 225명 중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가결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법원의 확정 판결도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재판소원제’(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안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대법원이나 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번복할 수 있게 된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4심제”라며 반발했고, 대법원 역시 도입 반대 뜻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판소원제는 재석 의원 225명 중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가결됐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하는 동안 본회의장 단상 위에 올라 ‘이재명 재판 뒤집기 사법파괴 3법 재판지옥 국민 피눈물’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소란이 커지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금까지 피켓은 들은 적이 있어서 관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플래카드까지 드는 것은 과해 보인다”며 플래카드를 치울 것을 요청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본회의 국회 규칙을 위반해 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이것도 문제가 된다. 회의 진행에 방해 되는 물건을 반입해 질서를 어지럽힐 때는 국회의장이 경고나 제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제 요청에도 여야 의원 간 “피켓으로 쳤다. 사과하라”, “왜 사진 찍지 말라하는데 사진 찍나”라는 고함이 오가자 우 의장은 “본회의장에서 사과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사과도 징계이기에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계속되는 혼란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형 플래카드를 치웠다. 이에 우 의장은 별도 대응 없이 표결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전날 판사와 검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법왜곡죄’ 법안을 처리한 데 이어 이날 재판소원제 법안도 처리했다. 28일 예고한 대법관 증원 법안까지 처리하면 이재명 정부와 일명 ‘사법개혁 3법’이 2월 안에 모두 마무리된다. 일각에서는 1987년 개헌 이후 유지돼 온 사법 체계가 39년여 만에 대대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재판소원제는, 대법원 등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이를 헌법소원(재판소원) 대상으로 삼아 헌재가 심판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도 헌재가 뒤집을 수 있게 된다. 법안이 정한 청구 기간은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헌재가 청구인의 기본권 침해를 인정해 인용 결정을 결정을 내리면 해당 판결은 취소돼 효력을 잃는다. 이 경우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헌재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판결의 집행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이 법안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재판소원제에 대해 “소송 기간 지연, 사법 불확실성 확대, 헌법재판소의 인력 부족 등 중대한 사회적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의석수로 강제 종료시킨 뒤 법안을 처리했다.

법조계에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재 재판소원을 시행 중인 나라들조차 인용률이 극히 낮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실효성은 적고 사건은 폭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소송 당사자가 자신에게 불리판 판결이 선고될 경우 앞다퉈 재판소원을 청구할 것이란 의견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일 재판소원 도입이 위헌적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원이 아닌 곳에서 재판한다든지, 불복이 있다고 해서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반면 헌재는 재판소원은 합헌이라는 입장이다. 헌재는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 권력분립 원칙에 반한다거나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헌법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사법권 독립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는 대법원과 헌재, 두 헌법기관의 ‘힘 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전국 모든 법원의 최상위에 있는 법원이자 확고한 효력을 가진 ‘확정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법원이다. 헌재는 국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도 파면할 수 있는 법원으로, 이미 박근혜 윤석열 두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으로 파면된 사례가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가 대법원의 상위 기관이 되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때문에 대법원은 이 제도 도입에 반발해왔다.

민주당은 이날 사법개혁 3법의 마지막 관문인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해 오는 28일까지 사법개혁 3법의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대법관 증원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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