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가 2021년부터 마련된 가상자산 압수물 보관 방침을 지키지 않고 비트코인을 부실하게 보관하다가 2022년 비트코인 22개(약 20억 원 상당)를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강남서는 비트코인을 경찰이 아닌 외부인 소유의 가상화폐 지갑에 보관하고, 지갑 접근에 필요한 복구용 비밀문구 관리까지 외부인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4년 만에 탈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경찰청은 비트코인 유출에 관여한 40대 남성 2명을 체포했다고 25일 밝혔다.
● 외부 콜드월렛에 보관…코드도 외부 노출
경찰 등에 따르면 분실된 비트코인 22개는 2021년 11월 한 가상자산 업체 해킹 피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됐다. 당시 강남서는 거래소 거래내역을 확인하던 중 특정 계정의 알트코인이 대량 매도된 뒤 비트코인 등으로 전환돼 해외 거래소로 이동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거래소가 일부 거래를 차단하면서 비트코인 22개가 계정에 남았다. 해당 계정 주인이 “내 코인이 아니다”라며 소유권을 포기하자 경찰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비트코인을 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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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이 업체 관계자는 회사 자금난 속에 해커 정모 씨에게 비트코인 22개를 빌리며 “경찰 보관분을 돌려받으면 갚겠다”는 취지로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정 씨에게 니모닉 코드도 넘긴 것으로 전해졌고, 이후 강남서에 보관된 콜드월렛에서 비트코인이 사라져 경찰이 경위를 수사 중이다.
당시 코인 해킹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전직 수사관은 관련 수사 중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8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수사를 요청한 업체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사가 진행되도록 해달라며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올해 1월 광주지검의 비트코인 320개 분실 사건을 계기로 내부 점검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강남서에 보관된 비트코인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청은 강남서 코인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40대 남성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와 체포된 남성 2명과의 연관성을 수사하는 한편 2021년 해킹을 당한 업체 관계자의 행적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5년 전부터 지침 있었지만 안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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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22년 3월 제정된 ‘통합 증거물 관리지침’에는 더 구체적인 원칙도 담겼다. 이 지침은 “가상자산 압수 시 물리적 하드지갑만 압수하는 경우 소유자가 복구 정보를 이용해 압수 가상자산을 전송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찰 하드지갑으로 전송해 압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탈취가 발생한 2022년 5월보다 두 달 앞서 지침이 마련됐지만, 강남서는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상자산 압수·보관 체계 개선에 나섰다. 경찰청은 23일부터 가상자산 압수물을 준비, 압수, 보관, 송치 전 단계로 나눠 관리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압수물 관리체계 개선계획’을 전국 경찰관서에서 시행 중이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권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