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해거드 전 미국 국무부 에너지국장(전 주한미대사관 정무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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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시작과 함께, 대한민국은 결정적인 기로에 서 있다. 불과 수십년 만에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국제 개발을 선도하는 강력한 공여국으로 도약했다. 한반도를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 필자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경제 발전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국제적 양심을 보여주는 증거로 본다.
그러나 진정한 헌신은 상황이 어려울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글로벌 불안정성으로 인한 2025년의 경제적 격랑 속에서도 한국은 원칙을 고수하는 길을 택했다. 2026~2028년 약정 기간 동안 글로벌 펀드(Global Fund)에 1억 달러 공약을 유지함으로써, 한국 정부는 국방이나 긴축 재정에 대한 국내의 압박 속에서도 ‘글로벌 수호자’로서의 역할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단순한 자선이 아니다. 전통적인 강대국들이 뒷걸음질치는 상황에서도 책임을 떠맡겠다는 전략적 결단이다. 결정적으로 이번 공여를 통해 한국은 글로벌 펀드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사국 지위를 확보했다. 이는 수동적인 자금 제공자에서 능동적인 설계자로 진화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다.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논리는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 하에서 원조의 핵심은 단순한 관대에서 냉철한 효율성으로 이동했다. 정부는 이제 ‘투자대비수익(ROI)’, 즉 지출된 예산 대비 얼마나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이사회 진출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펀드가 운용하는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이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바로 그 효율성에 입각해 집행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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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CEPI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세계 최초 AI 설계백신을 개발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 CEPI의 ‘100일 미션’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은 최고 수준의 AI 및 바이오 혁신 허브라는 위상을 활용해 미래 팬데믹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국내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마트 파워’다.
앞으로 한국이 진정으로 소외된 글로벌 위기에 족적을 남기고자 한다면, ‘납중독’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납 중독은 전 세계에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하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효율성’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한국은 이미 수년 전 페인트, 연료, 식품 시스템에서 납을 성공적으로 퇴출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납 없는 미래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a Lead-Free Future)’에 참여하여 이러한 정책적 노하우를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파트너들에게 전수한다면, 수백만 아동의 지능지수(IQ)와 기대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아직 뚜렷한 글로벌 주도국이 없는 이 문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틈새외교’의 결정적 한 수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보건 분야에서 한국의 행보는 더 넓은 국제질서 속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축소판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펀드에서 보여준, 전략적 헌신과 기술적 전문성이라는 리더십의 논리는 다른 핵심 영역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동일한 논리로 작용한다. 미래기술의‘교통법규’를 정립하기 위한 AI 안전 정상회의 개최와 AI 기본법 제정부터 방산 수출 확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생물학적, 기술적, 물리적 안보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국가임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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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해거드 전 미국 국무부 에너지국장(전 주한미대사관 정무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