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재판소원’을 놓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헌재가 “재판소원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자 대법원은 헌재를 향해 “태생적·제도적으로 정치적인 재판기관”이라며 성토했다.
대법원은 18일 배포한 ‘재판소원에 관한 Q&A’ 자료에서 “헌법은 1987년 헌재를 신설하면서 재판소원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헌법 해석 권한을 두 기관에 분립시킨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판소원을 통해 헌법 해석 권력을 집중시키면 헌재는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다”며 “국민은 4심제의 희망고문과 소송지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6.02.12 서울=뉴시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재판을 헌재에 다시 심사해 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로 11일 관련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확정 판결도 헌재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어 사법체계 내 최종 판단 권한에 대한 대법원과 헌재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
대법원은 “헌법교과서, 주석서는 헌재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재판기관이라고 기술한다”며 “헌법은 ‘법관’으로부터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헌법재판소 구성원인 재판관은 헌법상 ‘법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구체적 사건에서 법을 해석·적용해 분쟁을 해결하는 권한은 오직 법원에 부여돼 있고, 위헌 심사 권한도 헌재와 대법원에 나뉘어 있다”고 했다. 반면 헌재는 13일 “사법권이 원칙적으로 법원에 귀속된다는 것일 뿐 오히려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권을 헌재에 귀속시켜 재판소원의 헌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6.02.12 서울=뉴시스
대법원과 헌재는 재판소원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예상 사건 수는 어림잡아 1만5000건 이상이며, 몇 배의 헌법재판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며 “당사자가 변호사 비용과 시간 등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하고 재판소원을 제기해도 99% 이상은 각하·기각으로 허탈하게 종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재판이 기본권의 내용과 가치를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하는 오류를 범하였다면 분쟁의 신속한 해결보다 잘못된 재판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