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워싱턴=AP/뉴시스
특히 이번 사태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집권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인 러트닉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통령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 공화당 매시 의원 “엡스타인 연루 러트닉 사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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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건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엡스타인과 2005년부터 최소 13년간 정기적으로 교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총 250개가 넘는 문서에서 러트닉 장관의 이름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과 2005년 만난 직후 곧바로 관계를 끊었다”는 러트닉 장관의 주장과 상충된다.
NYT에 따르면 엡스타인의 2011년 5월 일정표에는 러트닉 장관과의 술자리 모임이 적혀 있었다. 2012년에는 러트닉 부부와 그들의 네 자녀가 엡스타인이 소유한 카리브해 ‘리틀세인트제임스섬’ 방문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
러트닉 장관과 엡스타인 모두 유대계다. 또 오랜 기간 월가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은 공동 투자 및 기부 활동도 진행하는 등 긴밀한 협력 관계였다. CBS방송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2년 12월 광고기술회사 ‘애드핀’의 지분을 인수하는 계약서에 각각 서명했다. 최소 2014년까지 공동 투자 관계도 유지했다. 엡스타인은 2017년 러트닉 장관을 지원하는 행사에 5만 달러(약 7300만 원)를 기부했다.
특히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의 부유층 거주지 71번가 일대에 사는 이웃이기도 했다. 러트닉 장관은 71번가 11번지, 엡스타인은 두 블록 떨어진 71번가 9번지에 살았다. 러트닉 장관은 2018년 인근 미술관의 증축 공사가 자신의 집 조망권과 일조권을 침해할 것을 우려해 엡스타인에게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이메일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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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건너 영국과 프랑스 정계도 뒤숭숭하다. 스타머 총리의 핵심 측근인 맥스위니 비서실장은 8일 사퇴했다. 그는 엡스타인과 밀접했던 집권 노동당의 유력 정치인 피터 맨덜슨을 스타머 내각의 주미국 영국 대사(2025년 2~9월 재직)로 발탁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맨덜슨 전 대사는 2003~2004년 엡스타인으로부터 7만5000달러(약 1억950만 원)를 송금받았다. 2009년 산업장관 시절 영국 정부의 세금 정책과 자산 매각 계획 등 각종 기밀 문서도 엡스타인에게 유출했다.
맨덜슨 전 대사가 속옷 차림으로 얼굴이 가려진 여성 옆에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되자 노동당 일각에서는 스타머 총리의 사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2024년 7월 집권한 스타머 총리는 경제난 등으로 줄곧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랑 전 장관도 엡스타인과의 연루 의혹으로 8일 아랍세계연구소(IMA) 소장직에서 물러났다. 하루 전 프랑스 검찰은 랑 전 장관, 그의 딸 카롤린이 카리브해의 조세 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서 엡스타인과 공동 명의의 역외 펀드를 소유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 랑 전 장관은 엡스타인의 사망 직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전용기, 차량 제공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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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