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카리나 아코포바와 니키타 라흐마닌이 중국 베이징서 열린 ‘ISU 스케이트 투 밀라노’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예선 페어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뒤 메달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구소련에서 독립 후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피겨 음악 선정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이 선정한 음악 제목에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지역인 ‘아르차흐’ 명칭이 들어가서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중재로 음악 이름을 소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피겨 연기를 펼칠 수 있게 됐다.
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는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의 쇼트프로그램 음악 제목에 양국간 분쟁 지역의 명칭(아르차흐)이 그대로 사용됐다며 반발했다. 아제르바이잔 NOC는 “평화, 우정, 민족간 상호존중의 상징인 올림픽을 정치적, 분리주의적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 피겨 스케이팅 음악 선정과 관리는 국제빙상연맹(ISU)이 맡지만, 아제르바이잔은 IOC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아르메니아 피겨 페어팀 카리나 아코포바와 니키타 라흐마닌 조가 선정한 ‘아르차흐’는 양국간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나고르노-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 명)’ 지역의 아르메니아어 이름이다. 이 지역은 현재 아제르바이잔 영토에 속해 있지만, 주민 대부분은 아르메니아계다.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1991년 이 지역에 ‘아르차흐 공화국’을 세우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슬림이 다수인 아제르바이잔과 기독교 국가인 아르메니아는 이 지역을 놓고 두 차례 전쟁을 벌였다. 양국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평화선언에 서명했지만, 감정적 앙금은 여전하다.
결국 IOC 중재로 경기 당일 해당 곡명을 소개하지 않고, 대신 ‘아라 게보르기안 작곡’만 표기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아코포바와 라흐마닌 조는 경기 직전 음악 교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15일 페어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이들은 러시아 출신이지만, 아코포바의 가족 혈통을 따라 국적을 아르메니아로 바꿨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