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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커피는 국룰? 전문가들은 ‘손사래’…“문제는 타이밍”[건강팩트체크]

입력 | 2026-02-03 09:53:00

과학이 말하는 최적의 커피 타이밍은 식후 1시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식후 커피는 국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은 유독 식사 직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강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카페로 향하거나, 회사 탕비실에서 커피 머신 버튼을 누르는 풍경은 이제 일상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소화를 돕고, 졸음을 쫓기 위해서다.

식후 커피, 정말 소화를 더 잘 되게 할까?
최근 장 건강 연구와 영양학적 분석을 종합하면, 커피는 소화와 장 건강에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언제 마시느냐’가 중요하다.

커피, 소화와 장 건강에 실제로 도움
커피의 가장 잘 알려진 효과 중 하나는 장 운동 촉진이다. 카페인은 장의 평활근 수축을 자극해 음식물이 장을 통과하는 속도를 조절한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영양학자 에밀리 리밍(Emily Leeming) 박사는 “소화가 느린 사람에게는 커피가 장의 리듬을 깨워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커피를 꾸준히 마시는 사람들은 수조 마리의 미생물로 이뤄진 장내 미생물군(microbiome) 구성이 다른 경향을 보인다. 소화와 면역, 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특정 미생물, 이른바 ‘유익균’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커피에 풍부한 폴리페놀(polyphenols)이 있다. 이 항산화 물질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미생물 균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 커피에 소량 포함된 식이섬유 역시 이 과정에 도움을 준다.

즉, 커피는 단순한 각성 음료가 아니라 배변 활동을 촉진하고,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식사 직후’ 커피 섭취는 득보다 실?
하지만 식사 직후 커피를 섭취하면 이런 이점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식사를 막 끝낸 직후에는 위와 장이 음식물을 소화·흡수하는 데 집중한다. 이때 커피를 바로 마시면 카페인의 자극으로 장 운동이 과도하게 빨라지거나, 위산 분비가 늘어나 속쓰림·복부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소화가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위산 역류 등 더 심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2022년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린 리뷰 연구에 따르면, 커피는 담즙 분비를 자극하고 배변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식사 직후 커피를 마시면 담즙 분비와 장 운동성이 과도하게 자극돼 민감한 사람의 경우 복통, 경련, 묽은 변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도 안전한 선택지는 아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을 제거했지만 산성도(pH)가 일반 커피와 비슷해 일부 사람에게는 위 점막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카페인이 없기 때문에 장 운동 자극이나 각성 효과는 훨씬 적어, 전반적인 부작용 위험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식후 커피의 또 다른 문제는 영양소 흡수다. 커피 속 폴리페놀 성분은 철분 같은 일부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철분(주로 식물성 식품에 풍부한 비헴 철분)은 폴리페놀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이렇게 되면 영양소로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배출된다. 칼슘 또한 장에서 철분의 흡수 과정에 간섭해 흡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라서 라떼(우유+커피)를 마셔도 철분 흡수가 방해받는다.

특히 철분 섭취가 중요한 사람(임신부 등)은 식사 직후 커피를 피하는 편이 낫다.

과학이 말하는 최적의 커피 타이밍은 식후 1시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무난한 타이밍은 ‘식후 약 1시간’
전문가들이 권하는 절충점은 식후 약 1시간 뒤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위에서의 소화가 어느 정도 진행돼 중요 영양소의 흡수가 이뤄진다. 따라서 커피가 장 운동과 미생물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진다. 소화 보조 효과와 장 건강 이점을 비교적 안전하게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다.

다만 과민성 장 증후군(IBS)이 있는 사람은 커피 자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카페인이 장을 과도하게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어, 식후 커피 자체를 피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커피가 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식사 직후 커피가 항상 좋은 선택이라는 말은 같지 않다는 뜻이다.

카페인 커피, 섭취 ‘시간대’도 중요
카페인은 체내에서 오래 작용한다. 사람에 따라 최대 10~12시간까지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 리밍 박사는 장 건강은 신체의 다른 모든 시스템의 건강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마시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수면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장 건강도 악화된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수면 부족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흔들고, 다음 날의 식습관까지 나쁘게 만든다. 고열량·고당 식품 선택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리밍 박사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가 카페인 커피는 점심 이전, 늦어도 정오 무렵까지만 마시고, 이후에는 디카페인 커피나 카페인이 없는 허브차로 바꾸는 전략을 권한다. 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각성 효과보다 생체 리듬을 우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식후 커피는 국룰’? 개념 전환 필요
정리하면 이렇다.
커피는 소화와 장기적인 장 건강(미생물 균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식사 직후 커피는 이런 이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위·장 불편이나 영양 흡수 방해를 일으킬 수 있다.

과학이 뒷받침하는 비교적 안전한 커피 섭취 시점은 식후 약 1시간 뒤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 있다면 식후 커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지속 작용을 고려해 점심 이전엔 일반 커피, 이후엔 디카페인이나 무카페인 차가 현명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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