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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직전 세이셸 유령회사에 주식 매도…대법 “조세회피 따져야”

입력 | 2026-02-01 16:57:00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5.12.18 뉴스1


대법원이 자산가 유족과 국세청 간의 1000억 원대 상속세 소송에서 원심 판단을 뒤집고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고인 사망 직전 체결된 주식 매매 계약이 조세 회피를 위한 ‘가장행위’였는지에 대해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거액 자산가 A 씨 유족들이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 씨는 말레이시아 에너지개발회사 J사의 주식을 대부분 보유한 자산가로 2015년 11월 27일 사망했다. A 씨는 사망 약 한 달 전인 10월 29일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 설립된 K사에 자신이 보유한 J사 주식 전부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 대금으로 3648만2837엔을 받았다. 이후 유족들은 상속세 과세표준을 2057억7100만 원, 상속세를 1024억2600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A 씨의 주식 매도 행위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가장 매매라고 판단하고 J사 주식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상속세를 1094억2936만 원으로 약 70억 원 증액했다. A 씨가 당시 병원에 입원해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정상적으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K사는 유족들이 조세피난처에 급히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다.

1·2심은 A 씨가 병원에서 다른 결제 서류에 직접 서명한 사진 등을 근거로 “A 씨가 직접 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는 국세청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유족들이 K사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주식 매매 계약의 형식상 유효성만 판단했을 뿐 “과세 대상 재산의 실질적 소유자가 따로 있을 때 그를 납세의무자로 봐야 한다”는 실질과세 원칙의 관점에서 조세 회피 여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약이 유효하더라도 실제로 주식의 지배와 소유가 이전됐는지 등을 더 따져봐야 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K사는 조세피난처인 세이셸공화국에 단 1달러를 자본금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는데 K사의 J사 주식 취득에 조세 도피 외 다른 이유나 동기가 존재했는지에 대한 심리가 이뤄진 바 없다”며 “J사 주식 가액이 1주당 1달러로 정해진 것도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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