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 무역합의 승인 안하나” 불만 터뜨려…기존 15%서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 트럼프 “韓 국회 왜 아직 승인 안 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한민국 국회가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 기습 인상 조치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합의된 거래 조건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인하해왔고 우리의 교역 상대국들도 동일하게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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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아직 승인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법으로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 관세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14일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에서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고, 이에 발맞춰 미국도 지난해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하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이룬 바 있다. 다만 국회에서의 비준 동의안 처리는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인상’이라는 무기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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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산 자동차 등 관세 인상 방침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에 나섰다. 또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 장관을 미국에 급파해 러트닉 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토록 했다.
재정경제부도 “앞으로 한국 국회의 법안 논의상황을 미 측에 설명해 나가는 등 미국 정부와 소통할 것”이라며 “당초 오늘 오후에 예정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회 재경위원장 면담 등을 통해 특별법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었으며, 이를 포함해 앞으로도 국회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한미 합의 내용은 법안 발의였고 통과 시점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서명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서 MOU 이행을 위한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는 점 외에 다른 합의 사항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국회 재정경제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공지를 통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현재 5개의 한미투자법이 발의돼 있고 숙려 기간이 지나면 당연히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지난해) 12월엔 조세심의, 올해 1월엔 인사청문회로 개별 법안을 심의 할 여유가 없었는데 향후 정상적 절차에 따라 심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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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즉각적으로 설명 자료를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겨냥해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해왔던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특별법을 발의한 이후 정부는 국회에 아무런 요구도 요청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다가올 것을 전혀 파악도 못하고 손놓고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회 비준 시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보복이 가해질 수 있는 한미 관세합의의 취약한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여당과 당장이라도 긴급 현안질의를 열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사무총장은 “우리 당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한 결과가 오늘 폭탄으로 던져진 것”이라며 “한미 협상은 처음부터 깜깜이였고 팩트시트도 뒤늦게서야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국회 비준은 애초에 고려 대상 조차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며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직도 정부·여당은 이 합의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인지, ‘MOU’인지조차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며 “비준이 필요 없는 양해각서였다면, 왜 미국은 ‘승인 거부’를 보복 명분으로 삼을 수 있었느냐. 반대로 비준이 필요했다면, 왜 특별법으로 우회하려 했느냐”고 지적했다.
● 여야, 대미투자 MOU 비준동의 놓고 또 공방
여야는 3500억 달러(약 51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위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의 국회 비준 동의 여부를 줄곧 공방을 벌여왔다. 정부와 여당은 “국회 비준 동의를 받으면 이행 과정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것”이라 주장해왔고, 국민의힘은 “어떤 형태든 국가 간 협상은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라고 맞섰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기습 인상 조치를 두고 국민의힘은 또 다시 “MOU 내용으로 보면 당연히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정부 여당이 지난해 11월 법안 제출 이후에 법안과 관련해 저희 재경위나 원내에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MOU에 대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해 11월 MOU 서명 직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는 관련 질의를 받고 “MOU 25조를 보면 행정적 합의로서 조문 자체에 구속력이 없게 돼 있다”며 “만약 저희가 비준 동의를 받으면 저희만 구속된다”고 답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당시 “야당 일부에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하는 건 자살골”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우리가 먼저 해버리면 추후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부 협상 과정에서 한국에 유리하게 조건이 변경될 수 있는데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거쳐 강제성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