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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짜장-40년 순대… 세월이 맛이 됐다

입력 | 2026-01-16 04:30:00

경기관광공사 추천 老鋪 4곳
수원 지동시장 터줏대감 ‘호남순대’… 1980년대부터 상인들 허기 달래줘
파주 ‘덕성원’, 4대째 중화요리 외길
안산 ‘이조칼국수’ 35년간 손수 김장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기 노포(老鋪)’ 4곳을 추천했다. 수원 팔달문 지동 순대·곱창타운 ‘호남순대’에서 파는 순대곱창볶음. 경기관광공사 제공

문 닫는 가게는 늘고, 바뀌는 간판은 빨라졌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골목을 채운 자리에서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변화가 일상이 된 시대, 그럼에도 경기도 곳곳에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는 공간들이 있다. 대를 이어 가업을 이어온 노포(老鋪)다. 이곳에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한 지역의 삶과 기억, 시간이 축적돼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의 속도와는 다른 리듬으로, 노포들은 오늘도 변함없는 방식으로 하루를 연다.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도 노포 4곳을 소개한다.

● 수원의 하루를 여는 ‘호남순대’

수원 팔달문 인근 지동시장에 들어서면 순대와 곱창 냄새가 골목을 가득 채운다. 이곳 지동 순대·곱창타운에 있는 호남순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오전 4시에 문을 여는 이 집은 ‘수원의 아침을 여는 가게’로 불린다. 인근 시장 상인들과 새벽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24시간 우려낸 사골 육수로 끓인 순댓국은 잡내 없이 깊고 진하다. 돼지뼈만을 고집해 우려낸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순대와 곱창, 각종 채소를 듬뿍 넣어 볶아낸 순대곱창볶음 역시 식사와 술안주로 사랑받는다. 유행을 좇지 않고 같은 방식을 지켜온 시간이 이 집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 70년 한자리 지킨 ‘파주 덕성원’

파주 금촌통일시장 북쪽에는 1954년 문을 연 중화요리집 덕성원이 있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 개통과 함께 형성된 이 시장의 역사만큼이나 덕성원 역시 긴 시간을 품고 있다. 가게 벽에는 1960년대 촬영된 흑백사진 몇 장이 걸려 있다. 사진 속에는 덕성원 앞에 세워진 짐자전거와 그 위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현재 대표인 이덕강 씨의 어린 시절이다.

덕성원은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냉동 해산물을 쓰지 않고 신선한 재료만을 고집하는 원칙은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았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조리 방식이 오랜 단골을 붙잡아 왔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역시 “어릴 적 부모 손에 이끌려 오던 곳”이라며 기억을 꺼내 놓는다. 덕성원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세대의 기억이 겹쳐지는 장소다.

● 소화 잘되는 삼색면 ‘안산 이조칼국수’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기 노포(老鋪)’ 4곳을 추천했다. 안산 선부동에서 35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조칼국수’에서 해물칼국수를 팔고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안산에서 35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이조칼국수는 지역을 대표하는 노포로 꼽힌다. 이 집의 칼국수는 면부터 눈길을 끈다. 흑미 찰현미, 콩가루, 부추를 섞어 만든 삼색면은 색감이 예쁠 뿐 아니라 소화도 잘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주 3회 이상 공수하는 조개로 우려낸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다. 칼국수가 나오기 전 내어주는 보리밥 한 그릇, 3대째 이어온 김치까지 식탁 위에는 이 집이 걸어온 시간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오래된 가게’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 중 하나다.

● 양평 한옥에서 만나는 ‘사각하늘’

양평 문호리 인근 언덕길에는 간판 없는 한옥 식당 사각하늘이 자리한다. 1998년 일본인 건축가와 한국인 아내가 함께 만든 이 공간은 스키야키 한 가지 메뉴만을 고집한다. 절제된 한옥 내부와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느리게 만든다. 식사 후 별채에서 진행되는 말차 체험은 이 공간의 철학을 완성한다. 조명 대신 창호지 너머의 빛과 촛불에 의지해 차를 마시는 시간은 일상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게 한다. 모든 일정이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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