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 처인구에 짓고 있는 약 415만 ㎡ (약 126만 평)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전경. 중앙에 있는 흰 건물은 한국전력에서 운영할 반도체 클러스터 내 통합 변전소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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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경기 용인에 조성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 공급이 쉽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다른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에너지 주무 장관으로서 부족한 전력을 공급할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전력 공급이 쉬운 곳으로 공장을 옮기는 걸 고민한다는 의미다. 장관의 사견(私見)이라 해도, 자기 역할을 망각한 경솔한 발언으로 경제의 명운이 걸린 산업의 혼란을 키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26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입주하면 두 기업이 쓸 전기 총량이 원전 15기 분량이어서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앞서 일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이 “전기가 넘쳐흐르는 새만금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다.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공급이 어려우니, 신재생 전력 생산이 많거나 생산이 늘어날 곳으로 반도체 공장을 옮기자는 이런 주장들이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이미 크게 늦어진 용인 반도체 산단의 완공을 더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23년 계획이 확정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국가 산단은 3년이 다 된 최근에야 토지보상 절차를 시작했고, 2019년 계획이 발표된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6년이 지난 올해 2월에야 착공했다. 계획 발표 후 28개월 만에 완공된 일본 구마모토의 TSMC 파운드리 공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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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력 산업의 육성은 철저히 준비된 청사진을 10년, 20년간 일관되게 밀어붙여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국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세계 선진국들이 패권을 잡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산업이다. 일분일초가 급한 때에 정부의 공식 방침도 아닌 장관 개인의 의견을 주제넘게 드러내 국가 대계를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