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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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내년 규제, 금융, 공공, 연금, 노동, 교육 등 6대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 개혁은 유독 방향도, 실체도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선 교육 개혁에 대한 밑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정작 남은 건 ‘환(환단고기)빠 발언’뿐이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만 논란이 된 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가 그만큼 내용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인공지능(AI)의 발전은 경험하지 못한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하고도 AI와 함께 살아갈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지 제시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업무보고 1번은 ‘헌법 가치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역사교육’이었다.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대전환기에 1번 정책이 맞나. 정작 현장과 불협화음을 빚는 고교학점제, 박사도 풀지 못하는 수능과 같은 민감한 이슈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탕핑’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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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유아 사교육 대책팀이 신설됐는데 사교육비를 줄일 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대학 입시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사교육 대응책을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논의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사교육 대책은 ‘국가교육위’가 주도할 일이라고 했다.
내년 3월부터 학습 및 복지, 건강, 진로 상담을 원스톱 제공하는 학생 맞춤 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취지는 좋지만 인프라가 부족해 벌써 고교학점제 꼴이 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선생님들의 업무를 덜어드리기 위해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학맞통 정신에 맞게 지원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행정기관으로 치면 시군구청에 해당하는 ‘교육지원청’까지 소환된 것이다.
현재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 국가교육위는 중장기 교육 전략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업무인 고등교육에 대한 답변은 어땠을까.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은 교육부 사업이라기보다는 ‘지방시대위원회’ 사업의 교육 분야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은 산업부, 노동부 여러 부처가 함께 각각의 역할을 하고….”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주무부처가 교육부가 아닌 줄 처음 알았다. 수능 개선안과 관련해선 “국가교육위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보완한다면 그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가 교육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중국에서 유행한다는 ‘탕핑’(躺平·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음) 아닌가.
교사 정치기본권 수호에만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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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교사는 최 장관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권리 수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4세 고시를 보라면 봐야 하고, 퍼즐 같은 수능을 풀라면 풀어야 한다. 그가 ‘교사부’ 장관을 자처하며 교육 개혁을 주저하면 아이들은 잘못된 교육 시스템에 순응해 생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교육은 답이 없다지만, 장관이라면 최소한 개혁 의지는 보여야 하지 않나.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