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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절감의 함정, 성분명 처방[기고/황규석]

입력 | 2025-12-25 23:06:00

황규석 서울시 의사회장


최근 국회에서 성분명 처방을 강제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의사를 처벌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건보 재정 절감과 필수 의약품 부족을 그 이유로 들었는데 근거가 미약하다.

2000년 의약분업 이전까진 환자가 진료받은 병원에서 약을 조제받아 복용했다. 의약분업 이후부터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조제료, 복약지도료, 약국관리료 등 약국의 조제 관련 비용이 2023년 기준 5조4000억 원이었다.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되레 건보 재정 지출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성분명 처방과 유사한 대체조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현재도 얼마든지 성분이 같은 다른 약을 지을 수 있다.

성분명 처방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의약품들에 한해 성분명 처방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필수 의약품 부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잘못된 약가 정책이 필수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성분명 처방으로 복약 이후 생긴 변화의 원인을 찾거나 빠른 대처를 하기 어려워지고 법적 책임을 따지기도 힘들어진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체조제로 발생한 약화 사고나 부작용에 대해 의사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57.1%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강행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따를 것이다.



황규석 서울시 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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