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계엄’ 닮은 메시지에 국힘내 반발 “尹어게인 아니라 尹네버 돼야… 중도 외연확장 점점 어려워져” 현역 단체장들 집단행동 나설수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전날(3일)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낸 메시지에서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내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대표 취임 100일이기도 한 이날을 ‘윤 어게인(again)’ 세력과 단절하고 새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컸지만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논리를 답습한 듯한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선(先) 지지층 결집, 후(後) 중도 확장’을 내걸었지만 이른바 ‘윤의 사슬’에서 벗어나 노선을 변경할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윤 어게인’ 아닌 ‘윤 네버(never)’ 돼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임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03. 뉴시스
광고 로드중
보수 지지층 다지기에 집중한 뒤 중도 확장에 나서겠다는 지도부의 ‘집토끼 우선’ 전략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 한 다선 의원은 “중도 확장을 아예 안 할 것이 아니라면, 시점을 늦출수록 점점 더 노선 전환이 어려워질 뿐”이라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비상계엄 1주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중도 확장의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다.
● 張 “혁신의 형식화 거부”
당내에선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장 대표가 사과를 거부한 3일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비상계엄 사과 및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는 입장문을 냈는데, 명단에 이름은 올리지 않았지만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힌 의원들까지 합치면 국민의힘 의원 107명 중 50명 이상이 계엄 사과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는 것. 송언석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지도부와 함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달 의원 단체대화방에 “새출발을 하지 않으면 주전자 속 개구리가 된다”(엄태영 의원)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자 여러 의원들이 공감을 표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직접적인 당 차원의 쇄신 움직임으로 표출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과문 작성을 주도한 의원들이 정책토론회와 현장방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혁신과 쇄신의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방침이지만 별도의 기구 구성 등 구체적인 쇄신안 요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인요한 혁신위원회, 지난 대선 패배 후 안철수-윤희숙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 쇄신을 시도한 바 있다. 장 대표 역시 전날 입장문에서 “혁신의 형식화를 거부한다”고 밝히는 등 당 차원의 쇄신안 마련에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쳤다.
광고 로드중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