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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이 곧 혁신은 아냐… 뭘 어떻게 쓸지 전략부터 짜야”

입력 | 2025-12-05 03:00:00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
톰 데이븐포트 美뱁슨대 교수
“AI 확산속도 조직따라 큰 차이… 활용 후 생산성 향상 여부 검증을”
데이비드 에델먼 하버드대 펠로… “AI, 비용절감 아닌 ‘가치창출’ 도구”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미국 뱁슨대 톰 데이븐포트 교수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전략과 리더십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AI 도입이 바로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I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리더의 ‘올인 전략’과 실행력에서 나온다.”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서 기조 강연에 나선 미국 뱁슨대 톰 데이븐포트 교수는 “AI 도입을 성공으로 이끄는 주체는 데이터 과학자가 아니라 리더”라며 “계획을 세우는 데서 멈추지 말고, 실행을 통해 실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AI 기술의 확산 속도와 활용 수준이 조직별로 크게 벌어진 현실을 지적하며 “AI를 빠르게 전사적으로 확장하고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리더십이 기업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많은 조직이 예산의 대부분을 기술 도입에 집중하는 반면 정작 직원들에게 AI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의미를 설명하는 리더는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과 전략”

AI의 전사적 확장을 리더가 효과적으로 주도한 모범 사례로는 동남아시아 최대 은행 DBS가 꼽혔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DBS의 피유시 굽타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AI로 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도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심어줬다”며 “AI를 통해 은행의 고객 경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금융 서비스를 쉽고 친근하게 만들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굽타 회장이 일찍부터 실험을 장려하고, 리더로서 재정적·조직적 권한을 총동원해 실행 환경을 마련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리더십의 결단이 빛난 사례로는 모건스탠리의 AI 전환을 진두지휘한 앤디 사퍼스타인 공동 사장과 제프 맥밀런 AI 책임자를 꼽았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모건스탠리의 AI 전환은 이들의 리더십이 핵심이었다”며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추천하듯 금융 상품도 개인화 추천이 가능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약 10년에 걸쳐 ‘최적 투자 옵션 추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만드는 리더십과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95%는 기업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특히 많은 기업이 활용 사례를 늘리는 데 집중할 뿐 AI 활용 이후 생산성 향상 여부를 측정·검증하는 노력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AI가 촉발한 글로벌 구조조정,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했는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는지는 아직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 AI 시대 개인화, ‘새로운 가치 선사’

이날 온라인으로 강연에 참여한 데이비드 에델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펠로는 AI 시대의 성공적 개인화 전략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화는 더 이상 마케팅이나 추천 시스템에 머물지 않고, 고객 경험 전반과 기업의 전략·경쟁 방식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됐다는 설명이다.

에델먼 펠로는 개인화를 “고객 데이터를 불편함 없이 활용하면서 절차를 더 간단하게 만들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 도구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고 실제 성장을 이끌어 내는 도구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식품유통기업 시스코(Sysco)의 사례를 소개했다. 시스코는 레스토랑 위치, 재고, 고객 특성을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메뉴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에델먼 펠로는 “예컨대 사탕무 재고가 과다할 경우, 이 식자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레시피와 함께 특별 할인을 제안했다”며 “기업은 재고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고객은 새로운 메뉴를 제공받는 방식으로 데이터가 양측 모두에 가치를 창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날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25’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허민회 CJ 대표, 강태영 NH농협은행장,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등 정관계·산업·금융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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