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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도 꽁치구이를 먹을 수 있을까[이기진의 만만한 과학]

입력 | 2025-12-04 23:06:00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이맘때 꼭 먹는 생선이 있다. 가을 꽁치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감칠맛이 최고다. 이 시기를 놓치면 맛의 생명인 꽁치의 풍미가 사라진다. 꽁치는 일본 홋카이도 동쪽 바다와 쿠릴열도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다. 이때 몸에 축적된 에너지인 지방이 최고치가 된다.

꽁치구이를 먹기 위해서는 최대한 신선한 꽁치를 구해야 한다. 꽁치는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오븐에 넣어 통째로 굽는다. 내장의 쌉쌀한 맛과 지방의 고소한 맛이 어울려 절묘한 맛을 낸다. 굽기 전에 굵은 천일염을 살짝 뿌려주면 먹을 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차가운 맥주가 더해진다면 맥주의 탄산이 생선의 비릿함을 휘발시켜 항상 처음처럼 입안의 맛 균형을 잡아준다.

우주에서 꽁치구이를 먹을 수 있을까? 10월,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이 선저우(神舟) 21호에 싣고 온 오븐을 이용해 치킨과 스테이크를 구워 바비큐 요리를 즐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2019년 우주정거장에서 우주 쿠키 베이킹이 처음 이뤄졌을 때만 해도, 우주비행사들은 쿠키를 먹지 않고 식품 안전성 검사를 위해 지구로 다시 가져왔다. 놀랍게도 이번에는 빠삭하게 구운 닭날개를 우주비행사들이 현장에서 시식했다.

1961년, 최초로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를 여행한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알루미늄 튜브에 담긴 퓌레 형태의 고기와 야채로 식사를 했다. 그후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가져간 요리를 데워서 먹었다. 톈궁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서 단순한 물리적 가열이 아니라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진짜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세중력의 우주에서는 집에서 사용하는 오븐을 우주정거장에 그냥 옮겨놓는다고 해서 요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는 완전히 다른 물리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열, 기체, 액체의 열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중력이 사라지면 열이 움직이지 않는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이동하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고르게 열이 퍼지지 않고 한쪽에 몰리거나 표면만 익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다음, 발생하는 연기가 또 문제다. 지구에서는 문을 열어놓으면 되지만 우주에서는 수증기, 기름 입자, 냄새 분자가 우주선에 둥둥 떠다니며 흡입구나 전자장비에 흡착될 위험이 있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역시 치명적이다.

맥주는 우주에서 무척 위험한 물질이다. 알코올이 가연물질이기 때문이다. 중력이 없어 맥주의 거품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모금 마시면 알코올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상승하는 상태가 된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주선에 알코올 반입 금지 규정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과연 인류가 우주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올까? 맥주는 모르겠지만 꽁치구이를 우주에서 먹을 수 있는 날은 올 것이다. 시간문제일 뿐, 물리적인 일은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기왕이면 우주비행사들이 이맘때 즐기길 바란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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