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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황제, 네로[임용한의 전쟁사]〈393〉

입력 | 2025-12-01 23:09:00


로마에 코르불로라는 장군이 있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정복하고 로마가 제국으로 자리 잡는 동안, 로마 군단은 수십 대 일의 병력 차에도 빛나는 전투를 벌였다. 그런 로마군에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나라가 파르티아였다. 사막과 스텝 지대에서 기병을 주력으로 싸우는 파르티아 군대는 중장갑 보병이 주력인 로마 군단에는 상극 중의 상극이었다.

그 파르티아를 완벽하게 견제하고 시리아에서 아르메니아를 정복해 안정시킨 장군이 코르불로였다. 그의 업적을 기반으로 로마는 훗날 끝내 파르티아 제국을 파괴할 수 있었다.

코르불로는 유능한 장군이었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당시 황제가 네로였기 때문이다. 제국 성립기의 로마 황제들은 대부분 전쟁 영웅 출신이었다. 제국과 정치가 안정되자 네로는 전쟁터에 나가지 않아도 됐다. 심지어 그리스로 외유를 떠나 유랑극단 배우처럼 지내도 로마는 잘 굴러갔다. 네로는 문화와 예술의 황제, 로마인의 삶의 질을 바꾸는 황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건축, 공연에서 대대적인 혁신이 일어났다. 곡물을 무료로 공급하고, 세금도 감면했다. 역사가들도 이 부분은 선정(善政)으로 친다.

네로가 폭군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가 인심을 잃은 이유는 귀족과 원로원 탄압 때문이었지, 민중은 그를 좋아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분법이 통하는 것이 안타깝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네로는 최고의 조건에서 황제가 됐지만, 그래서인지 혹은 천성 탓인지 권력의 속성을 몰랐다. 군부는 특히 불안했다. 그 불안감을 자아내는 사람부터 숙청하고 독살했다. 코르불로도 그 희생자가 됐다. 네로는 예술과 자기 치장에 탐닉하며 자기 멋대로 세상을 판단했다. 로마 대화재로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하지만, 민중이 진짜로 두려워한 것은 자기 세계에 빠진 황제와 합리를 상실한 권력이었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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