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해 미국 주방위군 2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사건 현장에 연방수사국(FBI)과 군인들이 모여있다. 2025.11.27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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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엎드려!”
미국 추수감사절 휴일을 하루 앞둔 26일(현지 시간). 점심시간이라 밖에서 휴식 중이던 세계은행 직원 엔코 문탕가나 씨는 큰 총소리와 함께 한 남성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총성은 이어졌고, 그는 다급하게 커피숍 밖 의자 뒤에 몸을 숨겼다. 그때 한 남성이 검은색 총으로 제복을 입은 남성들을 겨누는 모습을 봤다고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이날 현장에선 주(州)방위군 소속 병사 2명이 단독범으로 추정되는 범인의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특히 이번 총격은 백악관에서 불과 두 블록 남짓한 거리에서 벌어졌다.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대낮에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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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총격은 오후 2시 15분쯤 시작됐다. 총격범은 길모퉁이를 돌아 나타나 갑자기 총을 들어 병사들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도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지만, 누가 그를 쐈는진 분명하게 전해지잔 않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표적을 겨냥한 공격”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자신의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에 있었다. 그곳에서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그 짐승 같은 인간이 두 명의 주방위군 병사에게 총을 쏴 둘 다 중태에 빠지게 만들었다”면서 “(총격범은) 지금 두 개의 서로 다른 병원에 실려 간 방위군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총격범을 겨냥해 “매우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위대한 주방위군과 모든 군인·법 집행관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며 “이들은 진정으로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치안 유지를 이유로 워싱턴 자체 주방위군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차출해왔다. 이에 현재 2000명 이상의 병사들이 현재 워싱턴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이번에 중태에 빠진 병사들은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병력 투입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민주당 강세 지역을 겨냥한 정치적인 목적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워싱턴 시정부의 경우 이 같은 군 투입이 자치권을 훼손한다며 앞서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지방법원은 20일 주방위군 배치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이에 다음달 11일까지 그 이행도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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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