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엔 완성이 없죠, 노력만 있을뿐”… 90세까지 열정 불태운 ‘영원한 현역’ ‘대발이 아버지’부터 ‘꽃할배’까지… 장르불문 400여편 출연 연기철인 작년 연극 무대 오르다 건강 악화 李 “선생님은 문화유산”… 각계 애도 정부, 최고등급 금관문화훈장 추서
구순(九旬)이던 지난해에도 연극 무대에 섰던 ‘영원한 현역’ 이순재 배우(사진)가 25일 영면했다. 향년 91세. 1956년 데뷔한 고인은 70년 가까이 연극 ‘리어왕’과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예능 ‘꽃보다 할배’ 등 400여 편에 출연하며 사랑받았다. 투병 중에도 올해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복귀를 준비했으나 끝내 우리 곁을 떠나갔다.》
이순재 1934∼2025.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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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발이 아빠에서 꽃할배까지
25일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주요 출연작. 영화 ‘이별없이 살았으면’(1970년).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고인은 일생 화려한 스타는 아니었다. 하나 장작불처럼 꾸준했다. ‘TV만 틀면 이순재’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 달에 작품 30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1992년 국회의원(서울 중랑갑) 당선 전후 정치에 몸담았을 때조차 연기를 놓지 않았다.
25일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주요 출연작.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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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주요 출연작.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2013년). tvN 제공
●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졌습니다”
25일 별세한 배우 이순재의 주요 출연작. 연극 ‘리어왕’(2021년). 연우무대 제공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꿈”이라던 고인은 실제로 연극에 출연하다가 건강이 악화됐다. 지난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무대에 오르다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데뷔 70주년을 맞아 준비했던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은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고인은 1971년 연기자협회 초대 회장으로 배우 권익 지키기에 나섰으며, 세종대와 가천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2002년 보관문화훈장,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별세한 25일 문화훈장 중 최고 등급인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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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네요.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어요.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李 대통령 “고인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25일 고인의 별세 소식에 각계에서 애도가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선생님이 남긴 작품과 메시지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추모했다.
배우 정보석은 “선생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 방송 연기의 시작이자 역사”라고 했으며, 배우 김혜수는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며 고개 숙였다. ‘꽃보다 할배’를 연출했던 나영석 PD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것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셨다”고 추모했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배우 최불암 나문희 안재욱 하정우 등이 보낸 조화들로 가득 찼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