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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의지’로 끊기 힘든 질병… 상담-약물 통합 금연치료가 해법 [기고/하직환]

입력 | 2025-11-26 03:00:00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직환 성모힐병원 병원장

흡연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스스로 극복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호흡기질환 진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금연을 반복해서 권고한다. 그러나 많은 환자는 금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쉽게 끊을 수 있다’는 광고 문구에 기대를 걸다가 실패를 경험한다. 실제로 금연 보조제나 건강기능식품 광고와 달리 금연 성공률은 3% 미만에 불과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위기감이 없다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 지원사업’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결합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이용하면 금연 성공률이 약 4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큰 변수는 환자의 ‘의지’다. 약물치료는 신체적 갈망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만 흡연에 대한 심리적 의존까지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료 시스템의 분절성에도 있다. 호흡기질환을 치료하는 전문의는 제한된 진료 시간 안에 금연 치료까지 병행하기 힘든 현실이다. 많은 환자가 호흡기질환 치료는 병원에서 받고 금연 치료는 또 다른 기관에서 받는 구조 속에서는 진료와 치료가 단절되기 쉽다. 흡연이라는 ‘원인’과 폐질환이라는 ‘결과’를 분리해 다루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필자는 통합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흡연 자체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흡연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치료와 더불어 금연 치료까지 주도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환자에게는 흡연이 초래하는 심각한 위험을 본인의 실제 질환 사례와 연결해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금연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고 금연 치료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 단순한 ‘금연 권유’로는 부족하다. 의사는 환자의 질환과 연관된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해야 한다.

성모힐병원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직접 금연 치료를 병행하는 기관으로 ‘금연치료 지원사업’ 참여 기관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의 금연 성공률은 약 50%로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필자는 과거 가톨릭 의과대학 교수로서 진행해 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성모힐병원의 금연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향후 의료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계획이다.

금연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적절한 의학적 지원과 전문가의 상담이 더해진다면 누구든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흡연자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혹은 새해 첫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금연에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건강을 되찾는 첫걸음은 바로 그 결심에서 시작된다.

하직환 성모힐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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