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소비시장 주축으로 주목 젊음 집착-구매력 자랑으로 변질… 위계 익숙해 2030과 충돌 빚기도 나이 들수록 유연한 사고 중요해… 영포티가 배워야 할 청춘의 태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를 모은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포티’ 런웨이 영상의 한 장면. 배가 나온 중년 남성이 젊은 세대가 즐겨 입는 스타일을 따라 한 모습이다. 사진 출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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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둘러싼 세대 간 인식차
10년 전 잠시 유행했다가 최근 다시 등장한 용어가 있다. 바로 ‘영포티(Young Forty)’다. 원래는 젊게 사는 40대를 지칭하는 상업적이면서도 중립적인 개념이었다. 지금은 세대 갈등, 정치 논란, 남녀 갈등 속에서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에 가깝다. 젊음에 집착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중년을 조롱하는 말로 변질된 것이다. 2030세대는 자기관리에 능하고 경험과 경제력을 갖춘 40대의 장점보다 ‘젊은 꼰대’식의 권위적 태도를 문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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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은 숫자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해 저절로 알게 된다. 노화의 과정은 자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즉, 스스로 늙고 있다고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주위 사람들이 자신보다 젊어 보일 때 비로소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엔 군인이 ‘아저씨’처럼 보였지만, 어느새 ‘아들’처럼 느껴진다면 이미 중년을 훌쩍 넘긴 것이다. 또 나이는 주관적인 시간의 속도에 비례한다. 어릴 적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 빠르게 간다고 느낀다면 그만큼 나이도 빠르게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오래 살았다고 해서 인생의 의미를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을 성찰하고 숙고할 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을 ‘가면무도회’에 비유한다. 가면무도회가 끝날 때쯤 모두가 가면을 벗는 것처럼 인생도 끝 무렵이 돼야 감춰졌던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자신을 가렸던 가짜 모습을 벗어 던지면 우리가 살아오며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실체 또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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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영포티의 역량과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 ‘실무 능력과 리더십의 병행’이 영포티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구세대식 소통 방식’, ‘권위적인 태도’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영포티는 실력과 책임을 기반으로 한 수직적 위계에 익숙하다 보니, 2030세대의 생각과 충돌을 빚게 된다. “2030은 수평적 관계를 선호하고 직급보다 전문성을 기준으로 상호 존중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X세대의 ‘선배로서의 조언’이 후배 세대에게는 간섭으로 들릴 때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가치관의 차이가 세대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영포티가 기업 내 핵심 역할을 맡고 능력도 인정받지만, 동시에 구세대적 소통과 권위적 태도로 인해 직장 내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포티의 어원에는 노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젊음에 대한 강한 애착이 깔려 있다. 더 이상 청춘이 아니기에 젊은 세대 못지않게 세련된 옷차림으로 자신을 꾸미고자 하는 욕망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젊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외모만 가꾼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마흔이 넘으면 나름의 주관이 확고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년이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주연으로 활약 중인 배우 브래드 피트(62·왼쪽)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51·오른쪽). 가운데는 배우 마고 로비(35).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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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