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 개관 카타르 이슬람예술박물관 소장품 현존 최대 크기 꾸란 필사본부터… 길이 2.7m 달하는 왕좌 카펫 눈길 리듬감-장엄함 뽐내는 서예작품도… 내년 10월까지 세계문화관서 전시
중세 페르시아를 장악했던 사파비 제국의 왕좌용 카펫.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국립박물관의 첫 이슬람 상설전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2일부터 열리고 있는 상설전 ‘이슬람 미술, 찬란한 빛의 여정’은 전시실 곳곳을 아라베스크 문양 창살로 꾸며 관람객들이 현지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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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촛불과 꾸란(이슬람교 경전) 경구가 정교히 조각된 대리석 석판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자들이 메카(이슬람교 최대 성지)를 향해 기도할 수 있도록 건물 벽 오목한 공간에 세워뒀던 14세기 ‘미흐랍 석판’이다.
15세기 초 ‘대형 꾸란 필사본’. 뉴시스
●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
이번 전시는 예부터 이슬람 문화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서예’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가로획은 길게 늘이고 세로획은 높이 뻗은 ‘무하카크 체’, 각지고 균형 잡힌 ‘쿠피 체’ 등은 글씨만으로 리듬감과 장엄함을 느끼게끔 한다. 권강미 학예연구관은 “서예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엄격한 좌우 대칭은 이슬람 미술을 이루는 3가지 본질적 요소”라며 “우상 숭배를 금지했기에 다채로운 표현법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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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 문화가 여러 지역을 거치면서 변화한 양상도 엿볼 수 있다. 서유럽 기독교 양식에 이슬람 미술 양식이 더해진 이탈리아 노르만 왕조(1066∼1135)의 상아 상자가 대표적이다.
천문학과 항해술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14세기 아스트롤라베(천체의 고도를 재거나 궤도를 계산하는 기구) 등도 이슬람 문화의 진면목을 보여 준다. 샤이카 나세르 알나스르 MIA 관장은 “여러 대륙과 시대를 거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예술의 대표 걸작들을 엄선한 MIA의 축소판”이라며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는 카타르에서도 한국의 문화유산을 소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