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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베네수엘라 코앞 진입…“마두로는 테러조직 수장”

입력 | 2025-11-17 11:26:00

美 압박 수위 최고조…마두로, 존레넌 ‘이매진’ 부르며 평화 호소




15일(현지 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부르며 평화를 호소했다. 카라카스=AP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6일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 ‘카르텔데로스솔레스’(태양의 카르텔)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했다. 특히 이 카르텔의 두목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군사 행동 및 정권 교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종의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마두로 정권의 부정선거와 마약 밀매 등을 문제 삼으며 각종 제재를 가했다.

미국 해군은 이날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한 ‘남쪽의 창(Southern Spear)’ 작전의 일환으로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함 이끄는 항모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처럼 미국의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마두로 대통령은 평화를 호소했다. 그는 15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지층과 집회를 열고 ‘반전(反戰)’이 주제인 존 레넌의 유명곡인 ‘이매진(Imagine)’을 불렀다. 그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 美, 마두로 압박 최고조

이날 미국 국무부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솔레스카르텔을 FTO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마두로 정권의 고위 인사들이 이 카르텔을 이끌며 베네수엘라의 군, 정보기관, 입법부, 사법부를 부패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9월 또 다른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트렌데아라과’를 FTO로 지정했다. 또한 두 조직이 미국에서 각종 테러를 일으키고 있으며, 미국 및 유럽으로의 마약 밀매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FTO로 지정되면 해당 조직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 또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날 국무부 측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밀매와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영국 BBC방송은 “마두로 대통령을 사실상 테러범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며, 그와 측근들을 직접 겨냥할 명분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인 미국의 ‘제럴드포드’함이 이끄는 항모 전단이 15일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범죄 조직 ‘태양의카르텔’의 수장으로 지목하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군 남부사령부 ‘X’

카리브해로 항해하는 미국 해군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 사진 출처: 미군 남부사령부 ‘X’

일대의 군사 긴장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해역에 진입한 제럴드포드함 항모 전단은 베네수엘라 이웃 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마두로 정권을 압박할 계획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포드 항모전단의 투입으로 ‘남쪽의 창’에는 미 해군 함정은 10여 척, 1만2000명의 병력이 투입됐다. 조지 H W 부시 전 행정부가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축출하기 위해 1989년 파나마를 침공한 후 중남미에 미군 병력이 가장 많이 투입됐다고 진단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16일 X에 동태평양에서도 마약을 밀수 중인 선박을 공격해 3명의 테러범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을 포함해 올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마약 선박 공격은 최소 21차례 이뤄졌고, 최소 83명이 숨졌다.

● 마두로, ‘이매진’ 부르며 평화 호소

마두로 대통령은 16일 X에 하루 전 집회에서 ‘이매진’을 부르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영어로 “미국 국민이여 내 말을 들어달라”며 “카리브해의 전쟁도, 남미의 전쟁도 영원한 전쟁은 없다. 미주 대륙에는 평화가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적 해결 방법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 사저에서 수도 워싱턴으로 돌아오기 전 취재진에게 “마두로 대통령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2013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마두로 대통령을 당장 대신할 세력이 마땅치 않고 섣불리 정권 교체에 나섰다가 베네수엘라에 더 큰 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에서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 시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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