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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손님에게 커피를 갖다준 카페 주인이 쪼그려 앉고선 “맛있게 드세요”라고 수어로 인사를 건넨다. 주인이 다가오자 황급히 수어를 멈췄던 손님들이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수어만 오가는 11초짜리 폐쇄회로(CC)TV 영상인데 자꾸 돌려보게 된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사람이 많은지 143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청각장애인 손님을 응대하기 위해 유튜브로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 카페에 오는 손님 누구라도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이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점 좋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 그의 카페에선 작은 친절이 돌고 도는 ‘나비효과’가 일어난다. 이 씨는 평소 손님들에게 양팔로 ‘하트’ 인사를 건넸는데 이젠 손님들이 먼저 하트 인사를 하며 매장에 들어온다. 영상이 화제가 된 후에 수어를 무료로 가르쳐 주겠다거나, 수어 책을 보내준 손님도 있다.
▷친절은 전염성이 크다. 친절한 행위를 목격만 해도 전염된다. 2010년 미국에서 사회 연결망 연구의 원조 격인 실험이 이뤄졌다. 20달러를 받은 실험 참가자가 공동기금에 기부하라고 하면 얼마를 낼까. 참가자로서는 기부를 안 할 때 최대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실험 회차가 거듭될수록 공동기금이 불어났다. 기부 행위를 목격한 참가자가 다음 실험에서 기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참가자 1명의 기부 행위가 최대 3명에게까지 파급됐다.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 주거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작은 친절도 이타적인 행위를 퍼뜨려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나사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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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작은 친절에 목말라한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각자도생하며 정서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많다는 방증일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에서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있다는 응답이 54.6%였다. 2019년 조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친절은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을 촉진해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 불안을 줄이고 행복을 고양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한다. 남에게 베푼 친절이 나를 보호하는 안전망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강한 것보다 다정한 것이 생존해 온 이유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