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7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커피챗’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13일 오전 7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커피챗’ 행사에서 만난 회사원 황보연 씨(30)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황 씨가 참여한 ‘서울모닝커피클럽’의 커피챗은 아침 출근 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참여자 8명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할 만한 서울 관광지’를 주제로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원 우정인 씨(41)는 “술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서 (모임에) 참여했다”고 했다.
● “술 줄이고 ‘갓생’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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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경엔 젊은 세대의 높은 건강 관리 관심도가 있다. 한국리서치 6월 조사에서 18~29세 응답자의 74%, 30대의 71%가 “건강 관리를 위한 비용 투자가 효과적이다”고 답했다. 조사진은 “젊은 세대일수록 건강 관리에 대한 투자, 태도적 측면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주류 판매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407만4000㎘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지난해 315만1371㎘로 줄었다.
취하지 않는 시간에 자기 계발에 힘쓰는 ‘갓생(god+인생)’ 트렌드도 영향을 줬다. 소버 큐리어스 문화를 접한 뒤 올해부터 술을 끊었다는 회사원 유모 씨(32)는 “술 마시는 시간, 숙취에 시달리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며 “그 대신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한다”고 덧붙였다.
● 커피 마시며 ‘아침 춤 파티’
“술 없이 아침을 즐기자”는 모토로 오전 7시에 카페에 모여 3시간가량 춤을 추는 ‘커피 레이브’ 행사의 한 장면. 서울모닝커피클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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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소버 큐리어스 경험을 챌린지처럼 공유한다. 영국의 웰빙 관련 웹사이트 ‘원 이어 노 비어(One year no beer)’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원자를 받아 90일, 365일 등 기간을 나눠 금주 챌린지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금주와 이로 인한 자기 성찰의 경험을 나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버 큐리어스는 술, 회식 등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하는 공동체 활동을 젊은 세대가 지양하기 시작한 현상”이라며 “커피 마시기 등 적은 에너지로 최소한의 감정 교류 등을 나누는 바람이 더해져 커피챗 유행으로까지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원종빈 인턴기자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