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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주도하는 개발”… 굿네이버스, 국제개발협력 새 패러다임 제시

입력 | 2025-11-10 20:16:00


제3회 굿네이버스 국제개발협력 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는 1945년 국제연합(UN) 창설 이후 현재까지 지속돼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는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과 ‘현지주도개발(Local-Led Development·LLD)’의 중요성이 점차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와 원칙을 실제 사업에 체계적·구조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많은 한계와 과제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국제개발과 원조를 둘러싼 담론은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과 ‘주인의식(Ownership)’ 강화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접근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실행하고, 지표화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해답을 모색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는 7일, 국제개발·원조의 발전 방향과 개발도상국과의 지속가능한 협력 관계 구축을 주제로 ‘국제개발협력 포럼’을 개최했다.

● 현지 주민이 이끌어가는 핵심 ‘LLD’ 개발

이 자리에서 굿네이버스는 ‘빈곤과 재난과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웃의 인권을 존중하며 그들이 희망을 갖도록 북돋우어 자립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라는 미션 아래 ‘주민 조직화 및 주민 주도 개발’(Local-Led Development·LLD)을 핵심 원칙이자 주요 사업 방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공적인 LLD 사업을 위한 지역개발사업(CDP·Community Development Project) 기획과 지역개발위원회(CDC·Community Development Committee) 구축 방안이 논의됐다.

곽재성 국제개발협력학회장은 포럼에서 “LLD의 핵심은 현지 파트너와 주민의 주도적 참여”라며 “현지 문화적 특수성과 수요를 원조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국제 NGO와 공여국이 선호하지만, 최종 결정권이 외부 행위자에게 있어 ‘하향식 접근’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또 “미국이 지난 20여 년간 LLD 방식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왔지만, 최근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과 한계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축사를 하는 굿네이버스 이일하 이사장. 굿네이버스 제공


● 한국형 LLD, 과테말라 ‘민물고기 양어장’ 성공 사례

곽 회장은 한국의 LLD 성공 사례로 ‘과테말라 민물고기 양어사업’을 소개했다. 초기에는 국내 방식대로 콘크리트를 사용했지만, 과테말라는 지진이 잦은 조산대 지역이어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현지 전문가의 기술 조언과 주민 주도의 참여로 지진 피해를 최소화한 새로운 양어장을 구축할 수 있었고, 주민이 소비하기 적절한 크기의 민물고기 양식에도 성공했다. 그는 “이 사례는 현지 지식과 주민 주도성이 결합된 대표적 한국형 LLD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 후발 공여국인 만큼 현지문화 이해 더 중요”

곽 회장은 “한국은 제국주의 열강이었던 기존 공여국들과 달리 후발 공여국”이라며 “낮은 현장화 수준을 극복하려면 지역지식과 현지문화를 깊이 학습하면서 LLD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한국은 원조의 대상이었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를 이제 협력의 주체로 전환하고 있다”며 “전통적 ODA(공적개발원조) 구조를 개선해, 개발도상국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LLD 개념을 정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사우스는 비서구권, 개발도상국 또는 제3세계 국가들을 통칭하는 단어다.

김영완 교수가 굿네이버스의 개발·원조사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 에티오피아·몽골 CDP, 굿네이버스가 만든 지역 변화

김영완 서강대 교수는 굿네이버스의 지역사회개발사업(CDP)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성공적인 CDP를 위해선 지역개발위원회(CDC)와 주민조직(CBO·Community Based Organizations)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의 에티오피아 CDP사업에서는 극빈 가정 출신 아동 두 명이 각각 국영은행 은행원과 프로축구 선수로 성장했다. 이 밖에도 에티오피아·몽골 등지에서 수백 명의 수혜자가 배출됐다.

2025년 여름 진행된 김 교수의 현지 조사 결과, 에티오피아 수혜자의 80% 이상이 “CDP 사업이 지역사회와 삶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으며, 몽골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 CDP 성과 기반의 새로운 원조이론 ‘GN-CDP 모델’

김 교수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통합적 접근 GN-CDP 모델’을 제시했다. 이는 △사회적 서비스 △경제발전 △시민사회 역량 등 세 가지 요소가 CDP를 통해 통합적으로 증진되며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또한 그는 ‘GN-CDC 모델’을 통해 △브리징(Bridging) △주인의식(Ownership) △대표성(Representation) △반응성(Responsiveness)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등 5가지 기능이 결합될 때 CDC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CDC의 발전 조건으로는 △의지(Willingness) △능력(Capacity) △재원(Financial Support)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굿네이버스 네팔 마이눌 마이누딘(Mainul Mainuddin) 대표가 네팔 내에서 CDP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PMC(Project Management Committee) 구성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 네팔 ‘PMC’와 공동체 주도 성공 사례

이날 포럼에서는 ODA 사업 성공사례도 발표됐다. 굿네이버스 네팔지부 마이눌 마이누딘(Mainul Mainuddin) 대표는 “CDP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PMC(Project Management Committee)를 구성했다”며 “지역 주민과의 지속적인 소통, 지방정부 협력, 주인의식 함양을 통해 CDP의 지속 가능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현재 네팔에는 16개의 PMC가 구성돼 있으며, 여성 비율이 52%로 남성(48%)보다 높다. PMC는 지방정부 예산의 30%를 지역개발에 투입하게 만들고, 아동 건강검진 100% 달성 등 구체적 성과를 냈다.

또한 마이누딘 대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굿네이버스-유엔세계식량계획(WFP)와의 연계를 통해 르완다, 탄자니아, 방글라데시, 네팔 지역에서의 ODA 사업을 진행했고, 이들지역 모두 극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 키르기즈공화국, 농촌 공동체 변화 이끌다

굿네이버스 키르기즈공화국 원일형 프로젝트 매니저는 2021년부터 KOICA와 협력해 오쉬·바트켄주에서 지역사회 인프라 개선, 여성 인권 강화, 소득증대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키르기즈공화국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주변국들과 경쟁하면서 눈에 띄는 경제·정치 성장을 하지 못했다.


굿네이버스 키르기즈공화국 원일형 프로젝트 매니저가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수혜마을 중 하나인 사리카무시 마을의 경우는 CDC 구성 후 도로 건설 기금을 지방정부로부터 확보했고, 바트켄 지역의 살구·사과 생산자 조합은 저온창고 구축과 러시아 수출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 기반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식수 인프라 구축, CDC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지방정치 진출, 최우수 면(面) 선정 등 구체적인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제3회 굿네이버스 국제개발협력 포럼 패널 토론 및 질의응답 모습: (왼쪽부터) 국제개발협력학회 학회장 곽재성 교수, 한국국제협력단 파트너사업실 정유아 실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인도적지원부 이경주 부장, 맨체스터대학교 사회통계학과 김지혜 교수,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 박해성 팀장, 기아대책 글로벌임팩트본부 이재은 본부장,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완 교수). 굿네이버스 제공


● “지속가능한 지역 자립으로”… 변화 이끄는 굿네이버스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은 이제 단순한 원조를 넘어, 지역이 스스로 성장하는 ‘현지주도(Local-Led) 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앞으로도 CDP·CDC 모델을 강화해 지역사회의 자립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체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굿네이버스의 비전은,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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