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에코히스토리아상 받은 환경사 학자 獨 위쾨터 교수 “값싼 식품 배후엔 거대 기술체계… 근대사회, 환경파괴 외부화해 문제”
프랑크 위쾨터 독일 보훔 루르대 교수는 “환경사는 자연 세계의 풍요로움을 역사 서술 속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라며 “인류가 환경 문제를 다루기 위해선 긴 호흡이 필요하고,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생명의 그물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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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한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비틀거리며 나아갑니다. 우리는 우리가 주인이 아니라, 우리를 압도하는 상호작용의 그물에 걸려 있는 존재라는 점을 반복해서 배웁니다. 그게 우리를 좀 더 겸손하게 만듭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환경사(環境史) 학자로 꼽히는 프랑크 위쾨터 독일 보훔 루르대 교수(55)는 3일 서울 강남구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환경사는 “인간의 논리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은 자연의 순환과 고유의 논리를 가진 동식물과 엮여 있다는 통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위쾨터 교수는 환경사의 초석을 놓은 요아힘 라트카우 독일 빌레펠트대 교수의 제자다. ‘The Vortex(소용돌이)’ ‘Exploring Apocalyptica(종말론의 세계 탐험하기)’ 등의 저서를 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날 그는 ‘도곡 만남과 문화의 집’에서 한국생태환경사연구소·한국생태환경사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제정한 ‘에코히스토리아(ecohistoria)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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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종말론적 수사(apocalyptic trope)가 소통을 방해하고 논쟁을 억누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상이 멸망한다’는 식의 시나리오는 사람들이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뜻이다. 위쾨터 교수는 이에 대해 “가속적으로 커지는 단일 위기를 가리키는 대재앙(apocalypse)은 잘못된 비유”라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수천 번의 작은 상처’다. 그런 위기가 축적돼 사회에 점점 더 큰 부담을 지운다”고 강조했다.
“환경사는 해충이 질병을 옮기거나 곡식을 먹어치우는 것과 같은 작은 과정을 존중하며 역사에 담아내는 일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깨물지(bite)에 대해 너무 자신하지 말라는 거죠.”
전근대 사회에서도 인간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았을까. 그는 “근대의 새로운 점은, 특히 풍요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멀리 떨어진 곳에 두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근대 사회는 인간이 토지와 숲에 미친 영향이 바로 눈앞에 보였고, 그걸 부인하거나 무시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문제는 지역적이었고, 생계에 당장 영향을 줬기 때문. 하지만 현대 사회는 시간과 공간, 사회적으로 환경 문제를 ‘외부화’한다.
위쾨터 교수는 사람과 환경을 휩쓴 수많은 근대사의 흐름을 ‘거대한 소용돌이’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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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 기자 jjj@donga.com